|
|
|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29일 2017년 FIFA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리틀 태극전사'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20·바르셀로나B)의 A대표팀 발탁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U-20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만 두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연령대별 대표팀에 있는 선수가 A대표나 프로에 데뷔하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이승우는 스페인에서 귀국한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U-20 대표 선수 중 가장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는 전반 14분 절묘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에 근접한 장면을 만들었다. 이승우는 몇차례 좋은 돌파를 선보이며 신태용호 에이스 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백승호도 주눅들지 않고 준비한 플레이를 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백승호가 수원 4개국 대회 때보다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팀으로는 U-20 대표팀이 전북에 완패했다. 그러나 전북전에서나 최근 벌어진 FIFA U-20 대표팀 기니전, 아르헨티나전, 잉글랜드전에서 승우-승호는 분명한 그들만의 장점을 발휘했다. 승우는 순간적인 빠른 움직임으로 수비수들의 혼을 빼놓았고, 승호는 꾸준하면서 묵직했다. 둘다 이번 대회 2골씩을 기록하고 있다. 또 둘은 볼트래핑과 볼키핑력이 같은 또래에선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지극히 현실적인 시각의 틀안에서만 승우-승호를 판단했다. 그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감안했더라면 발언의 색깔이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번 발언에 앞서 A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이승우의 A대표팀 발탁을 마냥 미룰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허정무 부총재는 "이승우 같은 장래성 있는 선수들은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월드컵 같은 큰 무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게 그 다음 월드컵을 위해서라도 좋다. 이번 U-20 월드컵을 마치면 A대표팀에 차출해 형들과 분위기를 익혀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담스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말고 친선경기 때 소집해서 기량을 점검하는 쪽을 추천했다.
또 조광래 사장은 "이승우의 드리블 감각이나 패스 타이밍은 분명히 다른 수준에 와 있다. U-20 월드컵을 마치면 A대표팀에 발탁해야 한다. 그래야 이승우가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그게 향후 우리나라 A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광래 사장은 이승우의 나이와 피지컬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직접 불러서 테스트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19세)와 키(1m70)만 보고 아직 애기라고 생각하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다. 냉정하게 말해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이 만료돼 떠나면 그만이다. 반면 승우-승호는 한국 축구가 계속 키우며 안고 가야할 소중한 자산이다. 스페인 유학을 통해 색다른 축구 DNA를 흡수한 바르셀로나 듀오의 A대표 발탁 시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