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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베트남이 기적을 꿈꾸기엔 프랑스가 너무 강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5-25 18:53



경기장은 들썩였다. 시작 전부터 시끌시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응원의 방향은 한 팀, 베트남이었다.

제3국 경기 답지 않게 일방적이었다. 마치 베트남의 홈경기 같은 분위기였다. 경기 내내 '베트남'을 외치는 함성이 물결쳤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기적을 바라는 베트남 팬들의 응원은 간절하다 못해 애절할 정도였다.

베트남은 19세기 말부터 2차 대전 종전까지 60여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축구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그만큼 '기적'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열망은 뜨거웠다.

하지만 다윗의 기적을 바라기에는 골리앗이 너무 강했다. 프랑스는 베트남의 꿈을 차분하게 짓밟았다. 한골, 또 한골...베트남 골문이 열릴 때마다 관중석의 응원 함성은 조금씩 작아졌다. 결국 4골째, 함성은 탄식으로 흘렀다.

프랑스는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4대0 완승을 거뒀다. 2연승을 거둔 프랑스는 일찌감치 16강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는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경기에서 7골을 폭발시켰고, 실점은 단 한점도 없었다.

마르쿠스 튀랑(소쇼)과 쟝 케빈 오귀스탱(파리생제르맹)의 투맨쇼가 빛났다. 튀랑은 1990년대와 2000년대 프랑스 '철의 포백'을 이끌었던 레전드 수비수 릴리앙 튀랑의 아들이다. 중앙과 오른쪽 수비를 담당했던 아버지와 달리 공격수로 활약하는 튀랑은 이날 왼쪽 윙포워드로 나서 1골-1도움을 올렸다. 1m90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베트남 수비를 유린했다. 전반 18분 드니 포아(스타드렌)가 왼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넣으며 포문을 열었다. 22분에는 왼쪽을 돌파하다 침투하는 오귀스탱에게 절묘한 스루패스를 연결하며 도움을 기록했다. 오귀스탱은 깔끔한 마무리로 두번째 골을 넣었다. 경기 내내 튀랑은 왼쪽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며 날카로운 돌파를 선보였다. 베트남 수비는 튀랑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꼽히는 오귀스탱은 득점왕에 다가서고 있다. 유럽예선이었던 2016년 유럽축구연맹(UEFA) U-19 챔피언십에서 득점왕과 MVP를 모두 거머쥐었던 오귀스탱은 본선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 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세르히오 코르도바(베네수엘라)와 함께 득점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다. 전반 6분 아민 아리트(낭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출발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22분 골에 이어 45분 루도빅 블라(갱강)와의 2대1 패스에 이은 깔끔한 마무리도 팀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오귀스탱은 후반 17분 마탱 테리에(릴)와 교체돼 나올때까지 시종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는 후반 7분 블라가 오른쪽을 무너뜨리며 내준 볼을 포아가 멋지게 마무리하며 점수차를 4대0으로 벌렸다.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던 베트남 팬들을 잠잠하게 만든 쐐기골이었다. 프랑스는 이후 크리스토퍼 은쿤쿠(파리생제르맹) 등 벤치자원을 투입하는 여유있는 경기운영으로 대승을 마무리했다. 1무1패의 베트남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16강의 운명을 건다.


한편, F조에선 사우디가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사우디는 25일 인천전용구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차전에서 알리아미의 멀티골을 앞세워 2대1로 이겼다. 사우디는 승점 3점(1승1패), 에콰도르는 승점 1점(1무1패)이 됐다.


천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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