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기만 해도 웃긴다.
우찬양과 조영욱은 몸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훈련에 매진해서? 아니다. 여기저기 웃음을 뿌리고 다녔다.
초반 분위기는 우찬양이 주도했다. 이 선수 저 선수에게 장난을 걸었다. 어느 새 신태용 감독도 우찬양이 있는 무리에 합류했다. 이승우 정태욱 이진현 송범근 등이 우찬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찬양이 입만 열면 터졌다. 브레이크 없는 우찬양의 입담, 신 감독 심기를 건드렸던 모양이다. 우찬양이 도망쳤다. 선수들은 배꼽을 잡았다.
우찬양은 "내가 여드름이 많은데 특히 입 주변에 많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이 '입주변'이라고 놀린다"고 말했다. 본인이 잘못한 게 없다면 왜 도망다녔을까. 우찬양은 "(송)범근이한테는 내가 장난을 쳤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주위에 송범근이 있는지 힐끗 살폈다.
조영욱도 빵빵 터뜨렸다. 런닝을 할 때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뛴다. 앞에 서서 선수들을 이끈다.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함께 땀흘리고 호흡하며 선수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신 감독의 마음. 하지만 조영욱은 뒤에서 신 감독의 런닝 자세를 흉내냈다. 다른 선수들이 소리 죽여 웃었다. 낌새를 눈치 챈 신 감독이 고개를 돌려 현장을 적발했다. 그리고 응징을 가했다. 조영욱의 귀를 잡아당기며 30여m를 질주했다. 조영욱은 4옥타브에 이를 만한 초고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순박한 외모의 '막내' 조영욱. '상습범'이었다. 조영욱은 "감독님 뛰는 폼을 몰래 따라하다가 걸렸다. 그 동안 안 걸리고 잘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갑자기 뒤를 돌아보셔서 걸렸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어쩌다 한 번씩 감독님을 따라하면 형들이 웃으며 좋아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시도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단독 범행은 아니었다. 배후가 있었다. 조영욱은 "사실 형들이 시켜서 했는데 내가 걸리니까 전부 모르는 척 했다"고 고백했다. 누가 시켰냐고 물었다. 조영욱은 주위를 살핀 뒤 "(송)범근이 형…."이라고 했다.
전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