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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19)-백승호(20)가 첫 판부터 우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둘다 골맛을 봤다. 동생 승우는 결승골에다 1도움, 형 승호는 쐐기골을 박았다. 특급 조커 임민혁의 1골까지 더한 우리 대한민국은 홈에서 개막한 '미니 월드컵'의 첫 경기를 훌륭하게 통과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같은 바르셀로나에서 청년기를 보냈지만 다른 색깔의 움직임을 보인다. 기니전에서 둘의 쓰임새는 분명 달랐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승우는 스리톱의 왼쪽 측면, 승호를 오른쪽 측면에 배치했다. 그러나 둘의 활동 영역은 제한적이지 않았다. 조영욱 역시 중원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기도 했다.
이승우의 가장 매력적인 움직임은 짧은 '찰나'에 있다. 수직적인 움직임이 매우 위협적이다. 단신의 이승우는 장신 수비수들 사이를 드리블 돌파 이후 지체없이 슈팅해 결승골을 뽑았다. 골 장면 전까지 그는 많은 활동폭을 보이지 않았다. 기니 중원의 강한 압박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최대한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이려는 듯 보였다. 그리고 찾아온 찬스를 살려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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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위 아래로 위협적으로 움직인다면 백승호는 상하좌우 사방을 가리지 않고 달렸다. 이승우 보다 많은 활동폭과 움직임을 보였다. 이승우가 조영욱과 수비 가담없이 전방에 머물러 있을 때도 백승호는 중원 아래까지 내려왔다. 백승호는 신태용호 합류 이후 완전히 다른 선수로 둔갑했다. 지난 겨울까지만해도 바르셀로나B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해 경기 감각과 체력이 뚝 떨어져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그런 백승호를 대표팀에 불러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돌렸다. 체력과 경기 감각을 동시에 끌어올렸고, 지금의 백승호로 거듭 태어났다.
그는 기니전, 2-0으로 앞선 후반 36분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뚫고 정태욱의 헤딩 패스에 발을 갖다대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백승호가 후반 30분 이후까지 제대로 뛴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지금의 백승호는 경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타면서 90분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버텨줄 수 있는 '킬러'로 성장했다. 백승호는 "승우와 서로 자극을 준다. 둘다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관계이다"고 말했다.
이제 이 바르셀로나 듀오 앞에는 남미의 거함 아르헨티나가 있다. A조 2차전 한국-아르헨티나전은 23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