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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FIFA(국제축구연맹) 평의회 위원에 당선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5)은 2030년 월드컵을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 함께 개최하고 싶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3월 한 차례 이 같은 발언을 했고, FIFA 집행부 입성 이후 다시 공동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판티노 회장 아래서 FIFA는 공동 개최가 큰 흐름이 돼 가고 있다. 최근 바레인에서 끝난 제67회 FIFA 총회에서 월드컵 본선 출전국이 기존 32팀에서 48팀으로 확대 재편됐다. 이 시스템은 2026년 월드컵부터 적용된다. 본선 경기수가 기존 64게임에서 80게임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따라서 48팀과 80게임을 한 국가에서 모두 소화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몽규 회장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도 공동 개최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FIFA는 2026년 월드컵 개최지를 내년 2018년 6월 FIFA 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8년 앞서 개최지를 정해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8월 11일까지 2026년 월드컵 개최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의 신청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뿐 아니라 추가 희망국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유치 희망국은 내년 3월까지 유치 신청서를 FIFA에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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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이 야심을 드러낸 2030년 대회도 이미 경쟁이 붙었다. 아시아에선 중국, 유럽에선 잉글랜드, 남미에서 우루과이가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당초 FIFA는 대륙별 순환 원칙을 부활하면서 개최 대륙은 이후 2개 대회를 유치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가 최근 그 제한 규정을 1개 대회로 완화했다. 따라서 아시아가 2022년 대회에 이어 2030년 대회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요즘 전세계 축구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둔갑했다. 시진핑 주석은 '축구굴기'를 내세웠다. 또 굴지의 완다그룹(부동산 미디어그룹)이 FIFA 톱 스폰서로 나서면서 중국의 입김이 세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월드컵 개최를 노린다.
정몽규 회장은 동북아 3국에다 북한까지 설득해 총 4개국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중국의 단독 개최보다 이미 공동 개최 노하우가 있는 한국, 일본이 가세할 경우 사업성이나 이미지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기에 북한까지 합류할 경우 전세계를 향해 축구로 하나 되는 동북아 평화의 메시지까지 던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앞으로 중국, 일본을 설득해야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한축구협회는 7년전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타 국가와의 경쟁이다. 당장 우루과이가 월드컵 개최 100주년을 맞아 2030년 대회를 열고 싶어 한다. 우루과이는 1930년 제 1회 대회를 유치했었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 한편, 유럽에선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1966년 이후 64년 만에 월드컵을 다시 한번 개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