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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어필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특히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뤄지는 오심 하나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고 심지어 승패가 갈린다. 오심을 당한 팀은 억울함에 화가 치밀기 마련이다.
지난 7일 강원-인천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가 그랬다. 인천이 1-0으로 앞선 후반 29분 문전으로 연결된 패스가 강원 김경중의 어깨에 맞은 뒤 인천 채프만의 손에 닿았다. 주심은 채프만의 핸드볼 파울을 선언, 강원에 페널티킥을 줬다. 경기가 종료된 뒤 이기형 인천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런데 오히려 김석현 인천 단장이 취재진 앞에 나서 오심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심을 한 심판은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 일벌백계해야 한다. 한국에 좋은 심판들이 많다. 오심 심판이 아닌 좋은 심판들을 활용해야 한다"며 "오심이 K리그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이 맞은 부위가 어깨냐, 팔이냐에 따라 오심이 사후 분석을 통해 결정된다. 김 단장은 성급하게 오심으로 결론을 내버렸다. 억울함으로 인해 발언 수위가 도를 지나쳤다. 오심이라고 판명되지 않은 판정을 한 주심을 배제시키고 좋은 심판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은 연맹과 심판위원회의 권한을 건너뛴 발언이었다. 연맹은 김 단장의 촉구 발언 이전에도 이미 심판들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올 시즌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측면이 있다. 지난 3월 19일 FC서울-광주FC 경기에서 나온 오심에 기영옥 광주 단장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명백한 오심이어서 기 단장의 억울함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시즌 초반부터 K리그와 심판에 대한 불신은 역대급으로 높아졌다.
오심 논란에 대한 단장의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프런트의 상징인 단장들의 발언은 대외적인 여파가 크다. 말 한마디로 판이 깨지고 불신의 벽이 높아질 수 있다. 화가 나고 너무나 억울해도 한번쯤 '제 먹을 우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실질적이고 내부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내가 피해를 봤으니 다 같이 죽자'라는 논리는 문제를 푸는 합리적 해답이 아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