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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매트릭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빌 제임스는 클러치 능력을 부정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2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이다. 이전까지 UCL 4강에서 해트트릭을 한 선수는 2012~2013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당시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유일했다. 호날두는 토너먼트에 들어 더욱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단 2골에 그쳤던 호날두는 8강부터 엄청난 골폭풍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1차전에서 2골을 넣은 호날두는 이후 두번의 해트트릭을 더하며 무려 8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호날두는 이번 해트트릭으로 UCL 통산 103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재밌는 것은 조별리그보다 토너먼트에서 더 많은 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조별리그 72경기에 출전해 51골을, 토너먼트 66경기에 출전해 52골을 기록 중이다. 통상 약팀들도 함께 포함되는 조별리그와 달리 토너먼트에는 진정한 강자만이 자리한다. 탄탄한 수비조직력과 엄청난 견제 속에서 기록한 성과다.
올 시즌 호날두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호날두는 올 시즌 각급 대회에서 36골을 넣는데 그치고 있다. 물론 대단한 기록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분명 떨어진 수치다. 지네딘 지단 감독의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포스트 호날두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제 호날두는 더이상 측면에서 가운데로 움직이며 상대를 제압하는 속도와 파괴력은 없다. 골망을 찢을듯한 폭발적인 슈팅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집중력은 높아졌다. 시즌 말미로 갈수록 그의 득점포는 더욱 불을 뿜고 있다. 최근 22경기에서 19골을 넣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의 주역은 이스코였다. 밋밋한 전술로 비판 받던 지단 감독은 이스코 시프트를 적극 활용하며 초반 흐름을 주도했다. 이스코는 다이아몬드 미드필드의 핵으로 뛰며 맹활약을 펼쳤다. 이스코는 레알 마드리드가 허리싸움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압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단 감독은 후반 마르코 아센시오와 바스케스를 투입해 빠른 역습 축구로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완성한 것은 이스코도, 지단 감독도 아니었다. 개리 네빌은 호날두를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골잡이'라고 했다. 가장 필요한 순간, 팀이 가장 원하는 골을 넣어주는 공격수가 바로 가장 위대한 골잡이다. 호날두는 이런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클러치 능력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올 시즌 호날두를 보면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