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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부임 후 유독 제주 원정에 강한 수원, 두 마리 토끼 잡았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4-30 17:53



수원에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 원정은 '무덤'이었다. 2007년 1대0 승리 이후 2012년까지 2무6패를 기록, 제주 원정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러나 2013년, 서정원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은 뒤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제주 원정은 그야말로 '꽃밭'이 됐다. 4년간 5승2무,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30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에서도 수원의 좋은 징크스는 계속됐다. 수원은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36분 조나탄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결승골이 터지면서 2대1 승리를 챙겼다. 시즌 첫 리그 2연승을 달린 수원은 5년간 8차례 제주 원정에서 무패 행진을 질주했다.

수원은 '섬'에서 왜 이렇게 강한 것일까. 답은 서 감독이 알고 있었다. 서 감독은 "제주 원정은 보기보다 쉽지 않다. 선수들이 비행기로 이동한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체력소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수원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경기 이틀 전에 원정을 떠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단이 요구를 잘 받아줬고 그 이후부터 제주를 이긴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로테이션 시스템과 득점 루트의 다양화다.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병행하는 서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매 경기 5~6명의 선수를 바꾸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주전 멤버가 많이 바뀌는 것은 조직적인 면에서 좋지 않다. 그러나 선수층이 얇은 수원의 현실상 로테이션 시스템은 필수였다. 시즌 초반 리그에서 승리가 없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시즌이 막을 올리고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서 감독은 "매 경기 선수들의 얼굴이 많이 바뀌고 부상 선수들까지 속출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인내는 면역력을 길렀다. 서 감독은 "체력 소모를 줄이고 팀을 분배하기 위한 작업이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 같다. 향후 살인일정도 잘 버텨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네 경기 만에 터진 필드 골은 서 감독이 가장 바라던 바였다. 수원은 그 동안 '캡틴' 염기훈의 프리킥과 매튜의 헤딩골, 전부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으로 버텨오던 중이었다. 서 감독은 "통계상으로 보면 세계적인 리그에서도 30%가 세트피스 골일 정도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드 골이 기본적으로 터져줘야 득점 루트의 다양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서 감독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이날 전반 16분 김민우의 벼락 같은 선제골과 조나탄의 결승골이 모두 필드 골이었다.

수원은 승리란 보약을 먹고 정상 궤도로 올라서고 있다. 특히 부진한 경기력으로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이 가장 큰 소득이다. '축구 명가' 수원의 반전이 시작됐다.

제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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