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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 원정은 '무덤'이었다. 2007년 1대0 승리 이후 2012년까지 2무6패를 기록, 제주 원정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러나 2013년, 서정원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은 뒤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제주 원정은 그야말로 '꽃밭'이 됐다. 4년간 5승2무,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로테이션 시스템과 득점 루트의 다양화다.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병행하는 서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매 경기 5~6명의 선수를 바꾸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주전 멤버가 많이 바뀌는 것은 조직적인 면에서 좋지 않다. 그러나 선수층이 얇은 수원의 현실상 로테이션 시스템은 필수였다. 시즌 초반 리그에서 승리가 없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시즌이 막을 올리고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서 감독은 "매 경기 선수들의 얼굴이 많이 바뀌고 부상 선수들까지 속출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인내는 면역력을 길렀다. 서 감독은 "체력 소모를 줄이고 팀을 분배하기 위한 작업이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 같다. 향후 살인일정도 잘 버텨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네 경기 만에 터진 필드 골은 서 감독이 가장 바라던 바였다. 수원은 그 동안 '캡틴' 염기훈의 프리킥과 매튜의 헤딩골, 전부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으로 버텨오던 중이었다. 서 감독은 "통계상으로 보면 세계적인 리그에서도 30%가 세트피스 골일 정도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드 골이 기본적으로 터져줘야 득점 루트의 다양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서 감독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이날 전반 16분 김민우의 벼락 같은 선제골과 조나탄의 결승골이 모두 필드 골이었다.
제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