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쳇바퀴 돈 V리그 육성 논의,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4-27 12:37 | 최종수정 2017-04-27 20:54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26일 강원 춘천 알펜시아 강촌에서 진행된 2017년 KOVO 통합 워크숍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시간은 기다림이 없다.

한국 프로배구 V리그는 상승세다. 겨울 넘버원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중이 늘고 스토리도 다양해지고 있다. 연간 중계권 수입은 약 40억원. 적다면 적은 액수다. 하지만 알차다. 제작 지원금 명목으로 뱉어내는 돈은 2억에 불과하다.

상승일로의 V리그. 하지만 고민도 있다. 유소년 육성이다. 미래의 V리그를 짊어질 '새싹'이 줄고 있다. 잠재력 갖춘 체육 유망주들은 배구를 외면한다. 축구, 야구로 발길을 돌린다. 심각한 문제다. 배구 대표팀 경쟁력 저하는 둘째 문제다. 배구 리그 존폐가 위협받을 처지다.

그래서 한국배구연맹(KOVO)이 끝장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26일 강원 춘천 엘리시안 강촌에서 열린 2017년 KOVO 통합 워크숍. 감독, 코칭스태프, KOVO, 구단, 방송사와 언론 등 한국 배구를 둘러싼 모든 배우들이 한 무대로 모였다. V리그 청사진 마련을 위한 자리였다.

제일 큰 이슈는 유소년 육성이었다. 하지만 쳇바퀴를 돌았다. 올해로 3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KOVO와 구단 간 줄다리기는 팽팽했다. KOVO는 초등부 육성을 주장했다. 구단 투자로 초등부 팀을 창단·육성 하자는 것. '당근'도 있었다. 구단 육성 아래 성장한 선수에 대한 '우선지명권'을 보장키로 했다.

구단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위험부담이 컸다. 우선지명권만 바라보며 초등부 선수를 육성하는 것은 구단 차원에서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결론은 내지 못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클럽 배구'를 제안했다. 초등부 엘리트 배구팀 창단·육성보다는 배구 클럽을 통해 풀뿌리를 다지자는 것. 신선하지 않았다. 이 역시 3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다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고등부·대학부 우선지명을 요구했다. 연고지역 선수를 지명한다는 게 기본 전제다. 지역 내 팀이 없다면 가장 가까운 학교 선수를 데려갈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 자란 떡잎을 취하겠다는 얘기다. 구단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적은 길이다. 다 큰 선수를 영입해 단기 성과를 내겠다는 것. 그리고 이런 작업을 통해 체육 유망주들에게 프로 배구단 입단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구단의 논리였다.


듣기에 그럴싸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KOVO 통합 워크숍에서 다뤘던 사안이다. 현실화되지 못했다.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지역별 명문교 편중이 심했다. KOVO가 '연고지 내 초등부 육성' 카드를 꺼낸 이유다.

KOVO는 8년째 유소년 배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도 도입했다. KOVO는 외국인선수 몸값을 낮춰 그 차익이 유소년 육성으로 흘러가길 기대했다. 계획대로라면 남자부 구단은 1억6000만원, 여자부 구단은 1억2000만원을 유소년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

실효는 없다. 구단 입장에서 '아낀 돈'은 '내 돈'이다. 굳이 더 써야 할 필요가 없다. 초등부 창단·운영에 필요한 돈은 800~1000만원 수준이다. 이미 그에 준하는 비용을 쓰고 있다. 하지만 '기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99%의 한국 유소년 배구는 방과 후 활동 수준에 불과하다." 한 구단 관계자의 푸념이다. 예산을 투입해도 '엘리트 수준'의 선수 육성에 쓰이지 않는다. 남자 구단의 한 관계자는 "800만원 이상의 돈을 썼지만 육성 효과는 전혀 없다. 학교-구단 간 걸리는 게 많다. 구단은 돈만 가져다 주고 학교는 어린 선수 장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노령층이 늘고 있다. 유소년 선수 '인구 절벽'은 '남 일'이 아닌 현실이다. KOVO와 전 구단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유소년 육성에 V리그의 생존이 달렸다. KOVO는 근본 대책과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구단은 인내심과 장기적 관점을 갖춰야 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의무다. 결국 워크숍에서 접점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골든 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더 이상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논의만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한국 프로배구, 미래를 향해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춘천=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