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학교체육 갈길을 찾다]안민석의원 "문예체 늘리고, 국영수 줄이자"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7-04-27 00:04


안민석의원이 학교체육 관련 자료를 내보이며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의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만났다. 학교체육을 이야기하려니, 안 만날 수가 없다. '학교체육진흥법'이 있게 한 주인공이다. 학교체육 활성화를 외치는 목소리도 가장 크다.

다른 이유도 있다. 현장을 쏘다니면서 '이것'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정치의 힘'이다. 우왕좌왕하는 정책, 서로 엇갈리는 목소리들…. 그럴 때마다 든 생각이다. '누가 나서서 교통정리 좀 하고 확 밀어붙이지.'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안 만날 수가 없다.

한창 바쁜 시기인데, 흔쾌히 시간을 내줬다. "왜 이제 찾아왔냐"며 핀잔(?)까지 준다.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묻고 들을 게 많은 데 넉넉치 않다. 바삐 첫번째 주제를 꺼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을 화두에 올렸다. 요즘 사회적으로 너무나 익숙한 '문구'다. 먼저 꺼낸 이유는 이것이 학교체육의 목적 자체여서다. '학교체육진흥법'의 근간이다. 안의원은 "패러다임의 혁명적인 변화"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도 밝혔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란 카피는 사실 제가 만들었어요. 2001년에 체육시민연대에서 집행위원장으로 일할 때죠. 요즘에는 정부에서도 갖다 쓰데요. 그동안에는 운동선수들이 수업에 안들어가는게 당연했는데 이것을 바꾸어서 공부하는 선수로 만든다는 것, 패러다임의 혁명적인 변화였죠. 교사, 교장, 관련기관에서 그런 인식의 전환이 안 된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었거든요. 선진국에는 운동하지 않는 파워엘리트들이 거의 없어요. 운동을 통해 인내심, 배려, 협동심 같은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을 기르고, 사회에서도 운동선수 출신을 우대합니다. 일본만 해도 좋은 대학 면접 때 운동을 한 학생을 우대해줘요. 이것을 제도화 시킨게 '입학사정관 제도'죠. 이게 공부만 잘하는 절름발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것이거든요. 하버드대학 학생들도 10%(공부만 하는 천재들) 정도만 빼고 나머지 90%는 운동을 즐겨요. '졸업생 조사를 했더니 운동을 한 학생들이 성공하더라. 우리의 인재상은 앉아서 공부만 하는 수재가 아니라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그런 리더다'라는 것이죠. 이런 것이 선진국의 입학사정관 제도인데…. 우리도 취지는 좋았는데, 처음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한 그런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까워요. 준비도 안됐는데 너무 급하게 먹다 체했다고나 할까. 미국 대학이 100년 전에 시작해서 자리를 잡은 건데 우리는 10년 정도라도 내다봤어야죠. 당장 결과를 내려고 하다보니 취지가 퇴색됐어요."


안민석의원은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이 학교체육진흥법의 근간이자 학교체육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여의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이 대목에서 느껴지는 게 현장과의 괴리다. 안의원은 "행정가, 체육회나 의사결정에 있는 분들이 탁상공론만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부때 체육교육을 전공했고, 학위를 교육학으로 받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변화되고, 조직이나 사회가 바뀌고,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그런 것에 일관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오래전에 동네 아이들하고 갯벌탐사를 간 일이 있어요. 차안에서 아이들이 '야 우리 놀자'하더니 휴대폰 게임을 하더라구요. 그 때 '아, 놀자는 개념이 바뀌었구나, 우리 때는 신체적 활동, 플레이가 노는 것이었는데 지금 은 게임을 하면서 노는구나'라고 알게 됐죠. '이런 변화가 IT강국으로 가면서 심화될 것이고 어떻게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늘릴 것이냐, 이것이 국가적 관심사로 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한국 학생들의 신체활동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적은 편이죠. 입시교육에 IT강국이 주는 또 다른 이면인데요. 그런데 우리는 예전부터 유교사상에 젖어있는지라 정책 결정에 있는 분들도 기본적으로 신체활동을 등한시하고 앉아서 '맹자왈 공자왈' 하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 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신체활동에 대한 개념이 선진국 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개념과 틀린거죠."

그렇다면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일선학교의 학교장들은 "학교체육진흥법이 의무만 강조하고, 동기유발책이 없다"고 한다. 학교체육진흥법 탄생의 주역인 안의원도 동의했다.


-"학교현장을 다녀보면, 교장선생님이 체육에 관심이 많으면 스포츠클럽 활동도 적극 장려하고 노력도 많이 해요. 그런 학교는 분위기가 밝고, '왕따'도 거의 없죠. 같이 운동하고 땀을 흘리는 관계가 형성되니까 아이들끼리 사이가 좋고, 그런 학교는 성적도 좋아요. 그런데 이것은 교장선생님의 관심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죠. 제도적인 문제를 봐야 해요. 학교체육법이 시행된지 5년이 넘었는데 현장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요. 학교 교장들의 학교체육 장려를 의무화하고, 학교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해요. 아니면 학교에서 입시에 도움되지 않는 것을 왜 하겠어요."

(현장의 현실에 대해 안의원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학교체육에는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 3가지가 있어야 해요. 우리는 체육관이 없는 학교가 많아요. 이것을 지역과 연계를 시켜야 해요. 일본의 아이들은 '부카츠' 활동을 통해 어두워질 때까지 운동을 해요. 그런데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체육 선생님들이 아니에요. 영어선생님이 배구를 가르치고, 수학선생님이 테니스를 지도하죠. 선생님이 학생시절부터 '부카츠' 활동을 해와서 관련 종목을 지도할 능력이 되는 거죠. 우리는 학교안에 지도자가 없어요. 그래서 이것도 지역의 지도자와 매치를 시켜야 하는데, 이런 연계가 앞으로 학교체육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과제죠. 그런데 지역과 교육청에도 벽이 있어요. 학교에서는 지역 공공시설을 이용하고, 지역주민들도 학교시설을 사용하면 되는데 서로 못쓰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벽을 허무는게 지역과 학교체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의 과제죠. 이런 벽을 가장 많이 허물어 뜨린 게 아마 오산 화성 교육청일 겁니다. 2011년부터 오산에서는 수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제가 제안을 하면서 학부모님들한테 '국영수 못해서 죽는 아이들은 없다, 수영못하면 죽는다. 이건 생명교육이다'라고 설득을 했어요. 그랬더니 행정기관에서 '아니 의원님 수영장이 어디 있어요'하길래 '학교주변에 많잖아요' 했더니 '그러다 사고나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더라구요. 아니 그러면 교육을 하지 말아야지, 그걸 막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벽을 허물어 버리니까 각종 시설을 같이 쓰는 건 일도 아닌게 됐죠. 이건 체육주권이잖아요."


인터뷰 도중 밝게 웃고 있는 안민석의원. 여의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관련 기관 간 벽을 허무는 전제조건이 있다. 학교체육을 관리·운영할 통합조직이다. 안의원은 지난 2월 '학교체육 선진화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 안 중 하나가 학교체육 체계적 관리를 위한 초중고 학교체육연맹 설립이다. 안의원은 "따로 밥상을 한 밥상으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학교체육 기능을 단일화하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우리 정부조직상 그렇게 못하고 있죠. 학교체육, 지역체육, 생활체육, 교육부, 문체부가 다르고, 일반 학생, 엘리트 운동 학생도 다릅니다. 따로 밥상인데 한 밥상으로 모아야 해요. 그래서 2010년에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죠. 그런 맥락에서 교육부와 문체부가 합의한 학교체육연맹을 설립하자고 하는 거죠. 또 관련 예산도 시도교육청만 아니라, 문체부와 교육부에서도 갹출해서 책임을 공유해야 해요. 안그러면 자칫 학교체육이 교육감의 일이 돼버리거든요. 시도교육청, 교육부, 문체부가 함께 초중고연맹에 힘을 실어줘야 해요."

(이야기는 학교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상생방안으로 넘어간다.)

-"학교체육과 엘리트 체육 분리는 구패러다임에 빠진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기존에는 학교, 생활, 엘리트 체육이 각각 하나의 쇳덩어리에 불과해 예산 따로, 운영 따로의 비효율적 구조였는데 이걸 체인으로 연결시키면 순환 구조가 됩니다.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이죠. 그래서 통합체육회를 만든 것인데, 통합체육회가 밥상을 하나로만 모았지,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지역체육과 연계시키고 하는 것을 통합체육회가 해야하고, 학교체육연맹도 사실 통합체육회가 제안하고 만들었어야 합니다. 통합체육회만 바로 서면 이 문제의 90%는 풀립니다."

(상생의 문제는 장애인, 다문화 가정 학생 등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체육활동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나 부모, 장애인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어요. 또 그들 안에서의 소통 뿐 아니라 일반인, 지역사회와의 소통 효과도 있어요.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빨리 움직여야지 지금처럼 사각지대로 남겨두면 안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인터뷰가 진행됐다. 끝날 때 쯤 안의원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하나 던졌다. "문예체(문화 예술 체육) 시간 늘리고, 국영수, 암기과목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선진화 교육으로 가는 거, 복잡한 거 아니예요. 문예체 시간 늘리고, 국영수 암기과목 줄여주는 것, 이게 선진 교육입니다. 이렇게 하면 부모, 선생님,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가고 싶은 학교가 되는 거예요. 공교육을 이렇게 만들면 사교육도 줄어들 수 있어요. 이념 편향적인 측면에서 자꾸 그 틀에 가두려고 하는데 문예체 활동 늘리는 건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을 공부 지옥에서 해방시켜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걸 정착시킬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임기도 대통령 임기와 같이 하면 교육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보장돼요. 매년 오산시에서 학부모 설문조사 하는데 대부분 부모님들이 '아이들 인성교육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문예체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들 하세요. 입시가 걸려있는데, 그럼 입학사정관제도를 그에 맞게 보완하면 되죠. 학교교육은 성적 상위 몇 %의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교육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 그 학부모들의 관심에 맞춰져 있는 데 그 틀을 깨야 해요."

아이가 셋인 기자의 입장에서 100% 공감하는 이야기다.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30여분이 지났다. 묻고 싶은 게 더 있었고, 안의원은 말하고 싶은 게 더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무리. 안의원은 "'미친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며 웃었다. 그 미친 정치인,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안민석의원 사무실에서 신보순 기자가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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