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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산레전드 안정환의 귀환…구덕운동장에 뜬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4-25 19:45




1999년 대우 로얄즈 시절 안정환. 스포츠조선 DB




"그 시절 구덕의 추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한-일월드컵 영웅, 부산 축구의 레전드 안정환(41)이 추억의 축구 성지 구덕운동장에 뜬다.

25일 부산 아이파크와 안정환은 "오는 5월 6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K리그 챌린지 11라운드 부천과의 홈경기에 방문해 추억의 부산 축구팬들과 만남을 갖기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부산 구단은 올시즌부터 홈경기장을 구덕운동장으로 전격 이전하면서 부산 축구 열기의 산실이었던 옛 명성을 되찾자는 취지에서 부산(옛 대우 로얄즈)이 배출한 축구스타들을 릴레이로 초청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경남과의 챌린지 3라운드때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51)이 구덕운동장을 방문한 바 있다. 레전드 시리즈 2탄으로 안정환이 낙점됐다. 구단은 경기 전과 하프타임을 이용해 안정환이 추억의 그라운드를 밟고 부산 팬들과 인사하는 시간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정환이 구덕운동장을 방문하는 것은 2000년 이탈리아 세리에A로 진출하면서 부산 구단을 떠난 이후 17년 만이다.

사실 부산 구단은 안정환을 초청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안정환은 각종 방송 프램그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방송인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이하월드컵 홍보대사로 활약하는 등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 고향인 부산, 그것도 구덕운동장에서 추억의 팬들과 만남을 갖고 부산 축구 열기를 부활하자는 취지에 적극 공감해 기꺼이 시간을 쪼개기로 했다. 여기에 수원 삼성에서 활약하던 시절(2007년) 코치였던 최만희 부산 구단 대표이사와의 인연도 안정환 섭외작전 성공에 큰 힘이 됐다.


만원 관중을 기록하던 과거의 구덕운동장 축구열기. 스포츠조선 DB



안정환의 주업은 방송 활동이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 명예홍보팀장을 지냈고 20세이하월드컵 홍보대사로도 활동할 만큼 축구에 대한 애정 만큼은 여전하다.

구덕운동장은 축구스타 안정환을 세상에 널리 알려 준 잊을 수 없는 장소이다. 1998년 대우 로얄즈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안정환은 선배 김주성과 함께 뛰어난 기량을 겸비한 꽃미남 스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산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으로 2000년 이탈리아 페루자로 진출한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축구 역사상 영원히 기억될 골들을 기록하며 '반지의 제왕'이라 불리며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프로 2년차였던 1999년 안정환은 프로에 갓 입문한 풋내기임에도 14골로 득점 랭킹 2위를 오르며 구덕운동장에 구름 관중을 불러모았다. 당시 대우는 수원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했는 데도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팀에서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대 K리그 최강으로 군림했던 대우의 위력에 걸맞게 구덕운동장은 국내 최고의 축구 열기를 자랑했던 성지였다. 안정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다. 1998년 7월 18일 전북과의 홈경기(2대0 승)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던 곳이 구덕운동장이다. 당시 1만7651명의 관중이 구덕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안정환은 그 때의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구덕운동장은 홈경기가 열렸다 하면 장터 축제같은 분위기였어요. 부산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 함성에 선수들간 '콜 사인'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1999년 안정환이 활약할 당시 함께 뛰었던 추억의 외국인 선수 마니치(왼쪽)와 뚜레의 모습이 반갑다. 이들은 당시 공포의 공격 삼각편대로 명성을 떨쳤다. 스포츠조선 DB


안정환은 "제 기억으로는 경기장 주변에 철조망 펜스가 있었는데 철조망에 구름처럼 모여 구경하던 팬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안정환이 구덕운동장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도 '안정환의 폭풍드리블'이란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진기명기에 속한다. 2000년 6월 21일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경기였다. 1-0으로 앞서 있던 후반 33분 안정환은 상대 진영에서 혼자 공을 몰고 무려 7명의 상대 선수를 제친 뒤 골을 터뜨렸다. 문전 골에어리어까지 파고 들어 미꾸라지처럼 상대 수비수들을 연이어 농락한 뒤 기어코 골을 넣는 장면은 지금 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이 활약 덕분에 부산은 노상래(현 전남 감독)에게 추격골을 내주고도 2대1로 승리했다.

안정환은 "그 이후 해외에서 뛸 때 비슷한 드리블을 한 적은 있는데 유독 그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특히 그 전남전은 안정환이 세리에A로 진출하기 전 홈에서의 고별전이었기에 더 잊을 수 없던 모양이다.

안정환은 "젊은 시절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구덕운동장에서 부산 팬들과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떨리기도 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부산 레전드의 마음은 벌써 구덕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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