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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가 제주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초반 선제실점이 아쉬웠다. 스리백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했다. 전반 15분 윌테르 아요비에게 벼락같은 선제골을 허용했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박스 정면에서 오른발로 노려찬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7분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이번엔 골키퍼 안준수의 실수가 뼈아팠다. 역습 크로스에 이어 카베자 알레한드로가 파고드는 과정에서 박스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며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 추가골을 허용했다. 0-2로 밀리던 전반 38분 신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이상민, 이진현, 이상헌 등 3명을 한꺼번에 투입해 변화를 노렸다.
후반에도 실험은 이어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바르샤 공격수'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함께 '2000년생 골키퍼' 최민수(17·슈투트가르트, 독일명 케빈 하어)를 투입했다. 신 감독이 독일에서 직접 발탁한 한국계 독일 선수 최민수는 독일 청소년대표에 소집된 경력이 있다. 양발에 능하며 킥과 빌드업 능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반 10분 수비가 뚫린 상태에서 아요비가 쏘아올린 중거리 슈팅을 몸을 날려 펀칭으로 막아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침착하고 민첩했다. 후반 21분 상대의 역습을 헤딩으로 걷어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신태용호'는 실험에 방점을 뒀다. 2승1패, 7득점 2실점으로 잠비아와 골득실이 같아졌다. 잠비아는 1차전에서 에콰도르에 2대0으로 이겼다. 2차전에서 한국에 1대4로 졌다. 이날 3차전에서 온두라스에 4대1로 이겼다. 결국 잠비아에게 대승을 거둔 신태용호가 승자승 원칙에 따라 우승했다.
'그라운드의 여우' 신태용 감독이 실험과 우승,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20세 이하 대표팀은 '바르샤 듀오' 백승호-이승우를 중심으로 '막강 화력'을 확인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왼발 미드필더' 이진현의 발견은 수확이었다. 잠비아전에서 골맛을 본 후 3차전에서 맹활약한 FC서울 유스 출신 임민혁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중원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팀에 투혼을 불어넣었다. 킬패스를 찔러넣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3경기에서 5골을 내준 수비라인의 불안은 과제로 남았다. U-20 월드컵 모의고사를 제대로 치렀다.
2017년 U-20 월드컵은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수원, 전주 등 국내 6개 도시에서 열린다. 24개국이 4개팀씩 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친다. 각 조 1·2위 12팀과 조 3위 중 상위 4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한국은 5월 20일 전주에서 기니와 개막전을 시작으로 23일 전주에서 아르헨티나와, 26일 수원에서 잉글랜드와 잇달아 맞붙는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