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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난 대한민국, 이제 축구가 희망이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7-03-09 20:09



역사적 하루가 밝았다. 지난 연말부터 블랙홀 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대통령 탄핵 정국.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반대 입장으로 갈라져 광장을 메우고 있는 찢긴 마음을 봉합하긴 힘들어 보인다.

과연 그 어떤 구호가 분열된 대한민국의 갈등을 봉합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을까. 문득 2002년이 떠오른다. 월드컵 당시 광화문 광장을 채운 건 붉은 물결이었다. 목이 터져라 외친 '대~한민국'의 함성 속에 온 국민은 하나가 됐다. 정치적 입장 차도, 이념도, 세대 차도, 남녀도 없었다. 오직 한국 승리에 대한 염원만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정치적 입장 차로 갈라진 대한민국. 하나로 묶는 촉매가 필요하다. 이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약수는 바로 스포츠다. 태극전사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탄핵정국과 사드문제, 남북갈등 등 분열과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되살려야 할 선봉에 서있다.

야구가 먼저 나섰다. 대한민국에 야구 붐을 되살린 WBC 무대를 통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처절한 실패였다.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으로 일찌감치 고개를 숙였다.

자연스레 시선은 축구로 옮겨오고 있다. 이달 말부터 중요한 대표팀 경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당장 슈틸리케호의 A매치가 다시 시작된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이다. 23일 중국과의 원정경기(창사), 28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의 홈경기가 열린다. 본선진출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경기들이다.

4월에는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대표팀은 2018년 아시안컵 예선을 치르기 위해 평양으로 향한다. 인도(5일)를 시작으로 북한(7일), 홍콩(9일), 우즈베키스탄(11일)과 차례로 만난다. 자리는 단 하나, 1위에 올라야만 본선에 오를 수 있다.

한껏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 이번 평양행은 그 의미가 같하다. 한국이 북한에서 대표팀 경기를 치른 것은 지난 1990년 남북 통일축구 이후 무려 27년만이다. 태극기 게양 문제 등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남북 간 긴장완화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을 모은다.

5월에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5월20일~6월11일)이 수원, 전주, 인천, 대전, 천안, 제주 등 6개 도시에서 열린다. FIFA 대회 중 성인 월드컵 다음으로 규모가 큰 중요한 대회의 호스트다. 대회 흥행과 관심 제고를 위해 신태용호의 선전은 필수다. 1983년, 국민들은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4강신화로 큰 위로를 얻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 어린 선수들이 다시 한번 희망을 선사할 때다.

마음이 갈라지면 공동체에 희망은 없다. 찢기고 상처받은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은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다시한번 '대~한민국'을 외치는 하나된 함성 속에 새 출발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지금은 축구가 희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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