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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첫 술에 배부르랴 하지만 길은 찾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7-02-22 18:29


◇FC서울 선수단이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2017년 ACL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뒤 아쉬워 하며 그라운드를 걸어 나가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패배의 상처를 지울 수는 없다.

FC서울의 정유년 첫 단추는 아픔, 그리고 아쉬움이었다. 서울은 21일 안방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F조는 이견이 없는 '죽음의 조'다. 홈과 원정, 전략적인 승점 관리는 필수다. 그러나 첫 판의 희비는 극명했다. 서울로선 승점 3점이 간절했지만 현실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상하이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지난 연말 상하이의 지휘봉을 잡은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감독은 서울과의 1차전을 앞두고 "무승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며 "우리도 승점 3점을 원한다. 그러나 힘든 조인 만큼 승점 1점이 중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3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1점이라도 따야 한다"고 말했다. 승점 3점은 '특별 보너스'였다.

또 다른 한켠에서는 이변 아닌 이변이 있었다. 같은 조의 우라와 레즈(일본)는 호주 원정에서 웨스턴 시드니를 4대0으로 대파했다. 상하이와 우라와가 한 걸음 앞섰고, 서울과 웨스턴 시드니의 발걸음은 첫경기 패배라는 빗물에 젖어 무거워졌다.

하지만 승부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다섯 경기나 더 남았다. 당장 조별리그 2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28일 원정에서 우라와와 만난다. 상하이는 웨스턴 시드니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서울의 급선무는 길을 찾는 것이다. 물론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매듭은 스스로 풀어야 한다.

바뀐 색깔, 한 방이 없다

황선홍 감독이 서울의 첫 동계전지훈련을 지휘했다. 전임인 최용수 감독을 지웠다. 색깔이 바뀌었다. 상하이전 전반만 해도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고대로 무게의 중심은 측면이었고 진화한 흐름을 선보였다. 오른쪽 측면이 돋보였다. 데뷔전을 치른 이상호 신광훈은 서울 유니폼이 낯설지 않았다. '멀티 플레이어' 고요한까지 가세하며 쉴새없이 상하이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왼쪽의 윤일록 김치우도 제몫을 했다.


하지만 축구는 골로 말한다. 결국 한 방이 없었다. 골과 가장 가까운 문전에서의 세밀함은 기대 이하였다. 활발한 측면에 비해 중앙은 늘 숫자가 부족했다. 원톱인 데얀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전반 22분에는 결정적인 찬스까지 놓치며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후반 7분, '700억원의 사나이' 헐크에게 통한의 골을 허용한 후 박주영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중앙 공격의 무게감은 지난 시즌에 비해 현저히 떨졌다. 보아스 감독의 말대로 중국으로 떠난 아드리아노의 공백이 큰 변수였다.

황 감독은 "아드리아노는 좋은 선수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없는 선수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선수들이 함께 그 공백을 메워야한다"면서도 "전반에는 공격 지역까지 탈압박이 괜찮았다. 하지만 마지막 패스가 원활하지 않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횟수가 적었다. 유기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골이 없는 축구는 축구가 아니다. 한방에 대한 해답의 길을 찾는 것이 선결 과제다.

심리적인 안정, '서울극장'은 어디로

정신력은 무형의 전력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희비를 좌우하는 절대 상수다. 서울의 자랑은 역시 '서울극장'이었다. 트레이드마크였다.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상하이전의 서울은 선제골을 허용한 후 무기력했다. 후반 13분 상대 수비가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며 수적으로도 우세했다. 데얀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리더가 없었다. 공격은 허둥지둥했고, 수비라인까지 흔들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헐크의 골이 터진 전후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즌 첫 경기라는 떨림과 흥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심리적인 안정, 그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했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놓쳤다. 황 감독이 가장 우려한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그는 "선제골을 허용한 후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 됐다. 동점을 가져가지 못한 게 선수들을 급하게 만든 요인이었다"고 토로했다.

황 감독은 "빨리 잊고 두 번째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반면 비야스 보아스 감독은 "힘든 경기를 예상했고, 어려운 일전이었다. 그라운드 컨디션도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잘해줬다. 최선을 다해야 했고, 중요한 3점을 얻어 기쁘다. 후반 1명이 퇴장한 상황도 선수들이 잘 극복했다. 우린 승점 3점을 충분히 얻을 만 했다"고 말했다.

단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ACL 조별리그에선 두 번의 실험은 없다. 상하이전 패배는 올 시즌 서울의 쓴 약이 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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