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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첼시전 수놓은 '스리백의 대향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1-05 19:54


ⓒAFPBBNews = News1

현대축구, 스리백 바람이 거세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스리백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다시 불기 시작한 스리백 바람은 브라질월드컵을 강타한 칠레,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등을 앞세워 전 세계 축구팬들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90년대 초반까지 대세로 불리던 스리백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일부 클럽들이 사용하기도 했지만, 수비 강화를 위한 일시적인 방법일 뿐이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다시 조명된 스리백은 대세로 떠올랐다. 서울을 위시하여 K리그에도 유행이다. '포백의 나라' 잉글랜드에서 조차 핵심전술로 자리매김했다. 첼시는 스리백 변신 후 13연승을 달렸고, 여러 클럽들이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하고 있다.

이름만 같을 뿐 과거의 스리백과 현재의 스리백은 질적으로 다르다. 유럽축구를 통해 볼 수 있는 최신식 스리백의 트렌드부터 살펴보자. 과거 스리백이 사라졌던 이유는 두가지. 효율과 공간이다. 원톱이 유행하면서 한 명의 공격수를 막기 위해 3명의 센터백이 포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선택이었다. 수비에 세명이 배치되며 앞선 공간을 메울 수 있는 숫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효율과 공간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외면받던 스리백은 최근 역설적으로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격의 움직임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측면 공격수는 돌파 후 크로스를 올리는데 집중했다. 움직임이 터치라인 쪽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변종 윙어들이 득세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크로스 대신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했다. 측면이 톱자리로 이동한 사이 원톱은 제로톱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미드필드 플레이를 펼친다. 이들의 변화 무쌍한 움직임을 단 두명의 중앙수비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답은 수비숫자 늘리기였다. 특히 측면을 무너뜨린 후 가까운 쪽 포스트로 잘라먹는 커트인 형태의 공격이 주를 이루며 페널티박스 안을 사수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과거 몸싸움을 위해 체격 조건이 좋은 수비수가 선호되던 것과 달리, 페널티박스 안을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는 수비수가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축구에서는 미드필드 싸움이 절대적이다. 수비 숫자를 늘린다는 것은 결국 허리싸움에 나설 선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센터백의 오버래핑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스리백의 한자리는 과거 윙백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빠르고, 공을 잘 다루는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토트넘과 첼시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토트넘 2대0 승)는 스리백 활용의 정점을 보여준 경기였다. 두 팀은 이날 3-4-3 전형을 내세웠다. 스리백 운용법은 비슷했다. 토트넘은 얀 베르통언-토비 알더베이럴트-에릭 다이어가, 첼시는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다비드 루이스-캐리 케이힐이 스리백을 이뤘다. 양 팀은 최전방부터 과감한 압박으로 공간을 틀어막았다. 여기까지는 최근 트렌드를 성실히 따랐다.


승부의 관건은 서로 상대 스리백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한 수가 결과를 바꿨다. 첼시가 에당 아자르, 페드로를 축으로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토트넘은 해리 케인 옆에 중앙 지향적인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기용했다. 당초 영국 언론은 측면 장악력이 좋은 손흥민의 출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똑같이 측면 공략으로 맞대결을 펼쳐서는 힘들다는 판단을 한 듯 했다. 다신 좌우 미드필더가 스리백에서 파이브백으로 변신하기 위해 내려서며 생기는 공간을 적극 공략했다. 에릭센이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패스를 시도했고, 알리는 적극적인 중앙 침투에 나섰다. 두 골 모두 이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에릭센이 박스 근처에서 얼리 크로스를 시도했고, 알리가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첼시의 스리백은 벌어진 이 틈새를 메우지 못했다.

축구는 분명 진화하고 있다. 20년 넘게 지배했던 포백의 시대 대신 더욱 세련된 스리백이 현대축구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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