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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축구, 스리백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다시 조명된 스리백은 대세로 떠올랐다. 서울을 위시하여 K리그에도 유행이다. '포백의 나라' 잉글랜드에서 조차 핵심전술로 자리매김했다. 첼시는 스리백 변신 후 13연승을 달렸고, 여러 클럽들이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하고 있다.
이름만 같을 뿐 과거의 스리백과 현재의 스리백은 질적으로 다르다. 유럽축구를 통해 볼 수 있는 최신식 스리백의 트렌드부터 살펴보자. 과거 스리백이 사라졌던 이유는 두가지. 효율과 공간이다. 원톱이 유행하면서 한 명의 공격수를 막기 위해 3명의 센터백이 포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선택이었다. 수비에 세명이 배치되며 앞선 공간을 메울 수 있는 숫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축구에서는 미드필드 싸움이 절대적이다. 수비 숫자를 늘린다는 것은 결국 허리싸움에 나설 선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센터백의 오버래핑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스리백의 한자리는 과거 윙백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빠르고, 공을 잘 다루는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토트넘과 첼시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토트넘 2대0 승)는 스리백 활용의 정점을 보여준 경기였다. 두 팀은 이날 3-4-3 전형을 내세웠다. 스리백 운용법은 비슷했다. 토트넘은 얀 베르통언-토비 알더베이럴트-에릭 다이어가, 첼시는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다비드 루이스-캐리 케이힐이 스리백을 이뤘다. 양 팀은 최전방부터 과감한 압박으로 공간을 틀어막았다. 여기까지는 최근 트렌드를 성실히 따랐다.
승부의 관건은 서로 상대 스리백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한 수가 결과를 바꿨다. 첼시가 에당 아자르, 페드로를 축으로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토트넘은 해리 케인 옆에 중앙 지향적인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기용했다. 당초 영국 언론은 측면 장악력이 좋은 손흥민의 출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똑같이 측면 공략으로 맞대결을 펼쳐서는 힘들다는 판단을 한 듯 했다. 다신 좌우 미드필더가 스리백에서 파이브백으로 변신하기 위해 내려서며 생기는 공간을 적극 공략했다. 에릭센이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패스를 시도했고, 알리는 적극적인 중앙 침투에 나섰다. 두 골 모두 이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에릭센이 박스 근처에서 얼리 크로스를 시도했고, 알리가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첼시의 스리백은 벌어진 이 틈새를 메우지 못했다.
축구는 분명 진화하고 있다. 20년 넘게 지배했던 포백의 시대 대신 더욱 세련된 스리백이 현대축구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