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김도훈'의 첫 브랜드는 '늑대축구'였다.
현역 시절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선수. 그의 공격 본능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상대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공격 패턴으로 인천에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울산은 '만년 우승후보'로 꼽힐만큼 인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을 자랑하는 팀. 김 감독의 전술이 더 화려한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김 감독도 엄살을 부리지 않는다. "울산에 온 만큼 '늑대'가 아닌 '호랑이' 같은 축구를 펼쳐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재 울산 공격력은 다소 의문이다.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다소 낮설게 느껴진다. 지난해 원톱 자리를 지켰던 이정협이 원소속팀 부산으로 임대 복귀했고, 외국인 선수 멘디도 제주로 이적했다. 윙어 김태환 역시 군에 입대했다. 김인성 한상운 코바 서명원 이영재 김승준 이종호 등 올 시즌 공격라인을 이끌 자원들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중량감이 떨어져 보이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평온한 모습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수비다. 지금까지 구축한 수비진만 봐도 '클래식 톱클래스' 수준이다. 골문을 지키는 김용대를 시작으로 좌우 측면의 이기제 김창수, 센터백 라인에 포진하는 강민수 김치곤 정승현 최규백까지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좌우 측면 모두 커버 가능한 정동호와 외국인 수비수 셀리오,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을 김성환 박용우의 존재감까지 더하면 더더욱 틈이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이 인천 시절 구사했던 전략도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늑대축구'의 기본조건은 '강력한 압박'이었다. 단단한 수비라인을 구축한 채 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하면서 공격을 차단한 뒤 카운터로 밀고 들어가는 전략을 즐겼다. 공격 전개 시에도 압박을 계속 이어가면서 상대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인천에 비해 훨씬 뛰어난 구성과 기량을 갖춘 울산 수비라인의 힘을 감안하면 김 감독이 외치는 '호랑이 축구'의 기초는 이미 튼튼하게 다져져 있는 셈이다. 외국인 선수 등 남은 보강 작업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전술적 색깔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감독은 "군입대, 계약 만료 등 떠난 선수들이 많지만 기존 자원들 역시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며 "우선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팀을 잘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3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시작된 동계 전지훈련에선 체력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선수들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하다. 최선을 다해 팀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핵꿀잼' 펀펌+'핵미녀' 디바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