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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2016년 한국 축구를 되돌아보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12-28 18:34


겨울에서 시작된 한 해가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기나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세월이 유수다. 이별과 만남의 시간이 또 다가오고 있다. 2016년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동시에 정유년, 2017년의 새해가 밝는다.

2016년 한국 축구를 되돌아보면 오색 감정이 춤을 춘다. 때론 미소가, 때론 눈물이, 때론 울분이, 때론 좌절이, 때론 안도가 사슬처럼 얽히고 얽혀있다. 파노라마로 연결된 대서사시는 이제 곧 역사와 만난다.


2016년 한국 축구는 미소로 첫 발을 내디뎠다. 신태용호가 정초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산뜻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2월에는 스위스 출신의 지아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이 지구촌 축구 수장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으로 선출된 가운데 전북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가 출전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의 조별리그가 막을 올렸다.

3월에는 봄바람과 함께 K리그가 개막됐고, 슈틸리케호는 무결점 항해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마감했다. 8전 전승, 27득점-무실점,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갓틸레케'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대치를 상승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펼쳤다. 한국이 우즈벡을 상대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1.15
그러나 굴곡없는 길은 없다. 순탄한 길에 돌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은 5월이었다. K리그의 리딩클럽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의혹에 휘말리면서 한국 축구의 명예는 갈기갈기 찢겼다. 3년 전의 범법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K리그 전체가 혼돈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흑의 시기였다.

잠시 눈을 돌릴 수 있었던 순간은 8월, 2016년 리우올림픽이었다. '골짜기 세대'의 반란은 아름다웠다. 신태용호는 리우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했다. 온두라스와의 8강전(0대1 패)에서 여정을 멈췄지만 더 큰 희망이 여백을 채웠다.

하지만 전북의 징계는 9월 현실이 됐다. 승점 9점이 삭감됐다. K리그의 파행은 부인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러시아행의 마지막 관문인 최종예선도 시작됐다. 그러나 2차예선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슈틸리케호는 무너졌고, 아시아 최고를 자임하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한때 A조 3위까지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2대1 승)에서 조 2위를 탈환하며 간신히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불신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핫자 빈 자이드 스타디움(Hazza Bin Zayed Stadium)/ 2016 AFC챔피언스리그/ ACL/ 결승전/ 2차전/ 알아인FC vs 전북현대모터스/ 전북 우승/ 우승 세레머니/ 사진 정재훈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K리그는 종착역에서 비로소 봄아닌 봄을 맞았다. 전북이 ACL 우승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K리그의 아시아 정상은 2012년 이후 4년 만의 쾌거였다. 전북은 2006년 우승 이후 10년 만의 ACL을 제패하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전북 천하'가 막을 내린 K리그에서도 갱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서울이 우승의 키를 쥔 전북과의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역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FA컵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사상 처음으로 FA컵 슈퍼매치 파이널이 성사됐다. 결승 1, 2차전도 모자라 연장 30분과 승부차기 혈투까지 치렀다. 주연은 수원이었다. 서울을 '신의 룰렛게임'에서 10-9로 승리하며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역대급 명승부에 한국 축구의 가치도 새삼 재조명됐다. 전북, 서울, 수원, K리그를 대표하는 세 구단의 '황금분할 우승'이라는 평가가 마지막 순간 달콤함을 안겼다.


그렇게 한 해가 흘렀다. 한 해를 떠나 보내는 이맘때의 단골 표현은 역시 다사다난이다. 상투적이지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도 없을 것 같다.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사실 2016년은 지우고 싶은 악몽이 더 많다. 그러나 이 또한 역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속에서 교훈과 지혜를 얻어야 더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축구는 국경이 없다. 국내보다 국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변화의 시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하는 순간 퇴보 뿐이다. 또 하나, 늘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라운드의 희로애락은 숙명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다. 여기에 '검은 손길'이 개입되는 순간 존재의 이유는 사라진다. '페어플레이'는 그라운드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는 점을 한 순간도 잊어선 안된다.

끝은 또 다른 의미의 시작이다. 떠나는 2016년과 함께 축구계의 부조리와 아픔도 함께 씻겨 가기를 바란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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