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시작된 한 해가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기나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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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봄바람과 함께 K리그가 개막됐고, 슈틸리케호는 무결점 항해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마감했다. 8전 전승, 27득점-무실점,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갓틸레케'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대치를 상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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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돌릴 수 있었던 순간은 8월, 2016년 리우올림픽이었다. '골짜기 세대'의 반란은 아름다웠다. 신태용호는 리우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했다. 온두라스와의 8강전(0대1 패)에서 여정을 멈췄지만 더 큰 희망이 여백을 채웠다.
하지만 전북의 징계는 9월 현실이 됐다. 승점 9점이 삭감됐다. K리그의 파행은 부인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러시아행의 마지막 관문인 최종예선도 시작됐다. 그러나 2차예선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슈틸리케호는 무너졌고, 아시아 최고를 자임하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한때 A조 3위까지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2대1 승)에서 조 2위를 탈환하며 간신히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불신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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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K리그는 종착역에서 비로소 봄아닌 봄을 맞았다. 전북이 ACL 우승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K리그의 아시아 정상은 2012년 이후 4년 만의 쾌거였다. 전북은 2006년 우승 이후 10년 만의 ACL을 제패하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전북 천하'가 막을 내린 K리그에서도 갱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서울이 우승의 키를 쥔 전북과의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역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FA컵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사상 처음으로 FA컵 슈퍼매치 파이널이 성사됐다. 결승 1, 2차전도 모자라 연장 30분과 승부차기 혈투까지 치렀다. 주연은 수원이었다. 서울을 '신의 룰렛게임'에서 10-9로 승리하며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역대급 명승부에 한국 축구의 가치도 새삼 재조명됐다. 전북, 서울, 수원, K리그를 대표하는 세 구단의 '황금분할 우승'이라는 평가가 마지막 순간 달콤함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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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국경이 없다. 국내보다 국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변화의 시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하는 순간 퇴보 뿐이다. 또 하나, 늘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라운드의 희로애락은 숙명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다. 여기에 '검은 손길'이 개입되는 순간 존재의 이유는 사라진다. '페어플레이'는 그라운드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는 점을 한 순간도 잊어선 안된다.
끝은 또 다른 의미의 시작이다. 떠나는 2016년과 함께 축구계의 부조리와 아픔도 함께 씻겨 가기를 바란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