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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한국 프로스포츠의 양대산맥이다.
프로축구는 프로야구보다 경기 수가 훨씬 적다. 그 점을 감안해도 관중 규모에선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럽다. 1부인 클래식의 경우 올 시즌 총 관중은 180만1403명이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7866명으로 지난해(평균 관중 7713명)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목표로 내건 1만명을 넘지 못했다. 2012년 실관중 집계시스템을 도입한 후 줄곧 평균 관중 7000명대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리그는 1부 12개팀, 2부(챌린지) 11개팀 등 23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야심차게 1, 2부 통합 '300만 관중 유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챌린지는 역행했다. 지난해(35만8821명)에 비해 총 관중(33만8423명)에서 5.7%나 감소했다.
클래식의 '200만 시대'는 과연 요원할까, 그 물음표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팬이다. 팬이 곧 힘이다. 팬이 없는 프로는 존재가치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태생적인 한계에서 출발한다. K리그는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이 혼재해 있다. 기업구단은 정기 인사로, 시도민구단은 정치 권력의 지형도에 따라 CEO가 교체된다. CEO의 전문성, 몇몇 구단을 제외하곤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스포츠는 고도의 행위 예술이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 '낙하산 인사'라고 해도 열정을 갖고 팀을 이끌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CEO가 2~3년, 세월이 흘러가기만을 바라는 '누더기 철학'으로 K리그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결국 매듭은 내부에서 풀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K리그의 눈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칼자루를 쥔 각 구단 CEO의 사고전환 없이 '200만 시대'는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한국 축구의 경우 '4000만이 전문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CEO의 인식은 달라야 한다. 구단 운영은 겉과 속이 천양지차다. 프로구단의 두 축은 현장과 행정이다. 현장의 성적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영입, 방출 과정에선 감독과 머리도 맞대야 한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장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 만약 문제가 있으면 CEO는 그 책임만 물으면 된다.
CEO의 평가기준은 성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하게 구현해야 할 가치는 역시 팬이다.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한다. 팬들을 움직여야 구단도, K리그의 미래도 있다. 또 하나, 프로축구연맹과 구단은 공생관계다.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 할 필요가 없다.
지난 9월이었다. 각 구단 CEO는 프로연맹의 아카데미를 통해 일본의 4개 구단(반포레 고후, 감바 오사카, 세레소 오사카, 오카야마)을 방문했다.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2부인 세레소 오사카(1만2509명)와 오카야마(1만17명)의 평균 관중은 1만명을 넘었다. 1부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J리그의 올 시즌 평균 관중은 1만7968명이었다.
더 많은 당근책도 필요하다. 프로연맹은 관중 증대를 위해 '풀 스타디움', '플러스 스타디움',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시상해 오고 있다. 여기에 '원정 스타디움'상도 추가했으면 한다. 원정 팬들의 숫자가 많을 경우 홈팀에 자극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CEO의 철학도 변화시킬 수 있다.
새해가 곧 열린다. 평균 관중 1만명, 200만 시대…, 2017년을 준비하는 각 구단 CEO들이 가장 먼저 자문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