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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어워즈를 뜨겁게 한 故 박말봉 감독의 열정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11-22 20:46



2016년 인천국제공항 내셔널리그를 마감하는 시상식이 열린 22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

특별공로상에 박말봉 창원시청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장내는 숙연해졌다. 시상대에 오른 것은 박 감독이 아닌 최명성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 10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0세. 11년째 함께 한 제자가 스승을 대신해 상을 받았다. 최명성은 목이 메는 듯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박 감독을 아는 모든 관계자들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박 감독의 축구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투병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간암 진단을 받은 것은 6개월전. 이미 손쓰기 힘든 4기 였다. 하지만 박 감독은 선수단을 향해 늘 그랬던 것 처럼 환하게 웃었다. 선수단도 '몸이 조금 좋지 않으시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10월말,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집에서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 감독은 2일 창원시청과 경주한수원의 플레이오프에서 벤치를 지켰다. 경기 후 박 감독은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8일 후 세상을 떠났다.

박 감독의 가족을 제외한 주위 사람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투병 사실을 알았을 정도다. 그의 정신을 깨운 것은 제자와 축구에 대한 사랑이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버지로 불렸다. 성적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팀 내 선수들은 대부분 연차가 오래된 고참급이다. 못한다고 내치는 법도 없었다. 막 군대를 다녀와도 무조건 받아줬다.

박 감독은 2014년에도 뇌경색으로 쓰러졌지만 일주일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하지만 당시 망가진 몸은 회복되지 못했다. 위암에서 출발해 간으로 암이 전이된 박 감독은 끝내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최명성은 "우리가 플레이오프에서 이겼다면 아마도 더 사셨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의지가 대단하시다. 우리가 죄인"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박 감독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열정'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수호신' 박청효(강릉시청)는 2016년 내셔널리그 최고의 별로 선정됐다. 박청효는 22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열정을 넘어, 꿈을 향한 도전'

2016년 인천국제공항 내셔널리그 어워즈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내셔널리그에서 통합 우승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MVP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청효는 올 시즌 정규리그 22경기에 출장해 경기당 0.68실점이라는 짠물 수비로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베스트11 수비진에는 이현창(천안시청) 박현수(울산현대미포조선) 김찬영(강릉시청) 김규태(경주한수원)이 선정됐다. 최고의 미드필더로는 김제환(김해시청) 최권수(창원시청) 양동협(강릉시청) 김정주(울산현대미포조선)이 뽑혔고, 공격수 부문에는 곽철호(대전코레일) 최용우(경주한수원)가, 최우수 수문장은 'MVP' 박청효였다.

득점왕에는 곽철호, 도움왕에는 양동협이 이름을 올렸다. 4연패를 이룬 김창겸 울산현대미포조선 감독은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페어플레이상은 강릉시청이, 우수구단 운영상은 천안시청이 거머쥐었다. 최우수 심판으로는 김덕철 주심, 설귀선 부심이 선정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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