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항상 '아랫집'의 몫이었다.
K리그 클래식에게 승강 플레이오프(PO)는 '공포'다. 역사가 말한다. 2013년 첫 시행 이래 승강PO에 나서는 클래식 팀들은 어김없이 챌린지(2부리그) 팀에게 자리를 내줬다. 2013년 강원이 상주와 1승1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종합점수 2대4로 밀리며 강등 철퇴를 맞은 것이 시초였다. 경남(2014년), 부산(2015년)이 잇달아 고개를 떨궜다. 지난 세 차례 승강PO에서 클래식-챌린지 간 전적은 1승1무3패로 클래식의 열세다. 경남은 1무1패로 광주에게 자리를 내줬고, 부산은 수원FC에 2연패를 당하면서 기업 구단 첫 강등의 멍에를 썼다.
클래식 팀들의 열세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분위기 차가 승부를 갈랐다. 승강PO는 클래식 12팀 중 11위를 기록한 팀이 나서는 무대다. 즉시 강등인 12위 자리를 피했다고 해도 벼랑 끝에 몰린 침체된 분위기를 피하기 힘들다. '패하면 추락'인 단판승부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하다. 100% 전력 발휘가 쉽지 않다. 챌린지 팀은 반대다. PO를 거쳐 2위 자리를 확정 짓고 클래식팀을 만나는 챌린지 팀은 상승세와 자신감, 승격이란 큰 동기부여가 삼위일체로 작용해 신바람을 낼 공산이 크다. 결국 승강PO는 전력과 기량보다 정신적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아 왔다.
올해 승강PO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성남과 강원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성남은 초상집이다.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바라보다 감독 교체 뒤 단 1승에 그치면서 승강PO까지 떨어진 충격이 상당하다. 구상범 감독대행은 클래식 11위가 확정된 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깊은 충격에 빠졌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 일부 선수들은 벌써부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승강PO의 첫 제물이었던 강원은 '굴욕의 역사'를 환희로 지우겠다며 벼르고 있다.
1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성남과 승강PO 1차전을 치르는 강원은 강릉클럽하우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승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챌린지 4위 자격으로 치른 준PO에서 후반 극장골로 부산을 꺾은데 이어 PO에서는 2위 부천을 상대로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사기가 최고조에 올랐다. 다만, 2주간의 휴식기로 그 흐름이 끊겼지만 최윤겸 강원 감독은 오히려 잘됐다는 표정이다. 챌린지 막판 일정과 두 차례 단판PO로 피로감이 상당했던 선수단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징크스는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쉽게 벗어낼 수 없는 굴레이기도 하다. K리그 최다우승(7회)에 빛나는 성남이 지난 3년간 와신상담한 강원을 상대로 '클래식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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