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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김창겸 감독 "4연패 기쁘지만 한편은 착잡"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11-12 18:27



"4연패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착잡하다."

김창겸 울산현대미포조선의 표정은 복잡해보였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은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릉시청과의 2016년 인천국제공항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울산현대미포조선은 1, 2차전 합계 2대1로 승리하며 2016년 내셔널리그 최후의 왕좌에 올랐다. 전입미답의 4연패에 성공한 울산현대미포조선은 통산 7회 우승(2007, 2008, 2011, 2013, 2014, 2015, 2016년)의 금자탑을 쌓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안산 시민구단에 흡수되는 울산현대미포조선은 마지막 우승컵을 거머쥐며 18년간의 역사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작년 우승과 지금 우승 차이가 많다. 4연패를 한 것에 기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선수들에 미안스럽다. 즐겁지만 착잡한 심정이 있다"고 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의 해체 소식은 일찌감치 결정됐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동기부여와 싸워야 했다. 김 감독은 "나는 원칙주의자다. 솔직히 이야기 하고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선수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성공이라는 기준에 따라서 다른 태도가 나타나면 올바른 선수가 아니다.' 선수로, 인간으로 어떤 가치로 살아갈지 중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전했다"고 했다. 마지막 경기가 되는 챔피언 결정 2차전. 김 감독은 다시 한번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가 올해 9번을 졌다. 선수들에게 '9번 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냐'고 물었다. 과연 9번 진 팀이 잘했을까. 내가 볼때는 '우리에게 더 겸허한 자세를 요구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낮은 자세로 더 큰 힘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울산현대미포조선 선수들은 유종의 미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후반 10분 선제골을 내줬지만 22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의 마지막 우승. 경기 전 씁쓸함이 그를 감쌌지만 우승의 기쁨은 역시 달콤했다. 하지만 또 다시 아쉬움이 찾아왔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셔널리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다. "승강제의 과도기에서 내셔널리그의 소임을 다 했으면 자연적으로 없어지는게 맞다. 그런데 어떻게 마무리지을지도 중요하다. 승강제로 완전히 치우쳐서 강압적으로 단시간에 변할때 축구인이 느껴야 하는 고통이 클 수 밖에 없다. 좋은 옷감이라고 해도 몸에 맞아야 한다. 감수해야할 부분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제 울산현대미포조선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14명의 선수들은 안산 시민구단으로 가지만, 아직 8명의 선수들은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김 감독이 가장 가슴아픈 부분이었다. 그래도 올 시즌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둬준 선수들이 고맙기만 하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거취를 알고 있다. 젊은 혈기에 나는 왜 아직 좋은데로 못가냐고 생각하면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착하다.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깨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해줬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흩어지는 제자들에게 조언을 건냈다. "훈련할때 엄하게 한다. 욕도 하기도 하고. 그라운드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치열하다. 축구선수로 살아남으려면 치열함을 견뎌야 한다. 동정은 필요없다. 우리 세대가 강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선수들은 나약하다. 칭찬은 중요하지만 칭찬이 독이 되고 성장에 저해가 되는 요소도 많다. 적절한 질책을 받는 것도 유익하다. 챌린지에서 살아남으려면 한단계 커야 한다."

김 감독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내 꿈이 자랑스러운 축구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70세가 될때까지 움직일 것이다. 지금부터 가만히 있으면 마누라한테 욕먹는다.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울산현대미포조선이라는 좋은 팀을 만났고, 좋은 선수들을 만났고, 좋은 스태프를 만났다. 그 덕분에 4연패를 할 수 있었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 울산현대미포조선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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