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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갈 만도 했다.
한국 축구와 전북의 상황은 비슷하면서도 분위기는 딴판이다. 슈틸리케호는 우울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경고음이 커졌다. 다음달 15일 우즈벡전이 터닝포인트가 될 지, 추락의 연속이 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전북은 구름 위를 걷고 있다. 다음달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알 아인(아랍에미리트)과 ACL 결승 1차전을 치른다. 최 감독은 원정 2차전에서 조금이라도 변수를 줄이기 위해 안방에서 열리는 1차전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의 소집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최 감독으로서는 난감하기만 하다. "파비오 코치가 명단을 보고 '11월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남미 예선을 갖는 브라질도 대표팀을 구성할 때 리그 1위와 2위 팀의 상황을 배려해 1명씩 뽑는다고 하더라'며 펄쩍 뛰더라. 그래서 내가 '우즈벡전이 잘못되면 한국 축구가 잘못될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그러나 설득하면서도 씁쓸했다."
누구보다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최 감독이었다.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A대표팀을 지휘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최 감독은 "한국 축구란 대의를 위해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나 한 포지션에 두 명을 데려가는 건 좀 섭섭하긴 하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협회와 구단의 소통 부재가 큰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대표 선수 발탁은 슈틸리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전북이 처한 상황을 어느정도 배려해줄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A대표팀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당연히 리그 각 팀들은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차출에 응해야 한다. 하지만 슈틸리케호 위기탈출의 희생양이 특정구단에 집중돼서는 안된다. 우즈벡전 올인의 후유증을 전북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면? 그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 불가피한 결과인 뿐인걸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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