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CEO 조광래의 '대구 승격 스토리', 명장의 품격이 묻어났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10-30 21:01



총성만 없을 뿐이었다. 대구스타디움은 전장이었다.

'그동안의 노력을 결과로 보여줄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작년의 아픔이 올해의 기쁨으로', '지난 시즌의 끌을 새로 써보려 해, 오늘 끝내자'…. 간절함이 묻어난 팬들의 플래카드가 가을바람을 타고 펄럭였다. 챌린지(2부 리그) 경기로는 이례적으로 1만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다. 1만1413명을 찍었다.

그들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1년 전의 아픔, 그리고 눈물은 없었다. 대구FC가 마침내 '클래식 퍼즐'을 완성했다. 대구는 30일 안방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최종전 대전 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비록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다. 2부의 존재 이유는 우승이 아닌 승격이다. 클래식 승격의 거대한 물줄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1위 안산 무궁화는 이날 FC안양에 3대2로 역전승하며 승점 70점으로 올 시즌 챌린지 우승컵을 들어올였다. 그러나 안산은 내년 시민구단으로 전환키로 해 2부에 남기로 했다. 올 시즌은 안산을 제외한 최상위 팀이 클래식에 직행한다. 그 티켓을 대구가 거머쥐었다. 대구는 안산과 승점 70점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다득점에서 밀렸을 뿐이다. 안산이 57득점, 대구는 53득점을 기록했다. 2위로도 챌린지 탈출은 충분했다.

CEO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조광래 대표이사의 작품이었다. 대구는 2013시즌부터 2부로 강등됐다. 3년간 챌린지 무대를 누볐다. 조 대표는 2014년 9월 대구에 둥지를 틀었다. 지도자가 아닌 CEO로 변신했다. 지난해 눈앞에서 클래식(1부 리그) 승격을 놓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3무1패를 기록한 정규리그 마지막 4경기에서 승점 1점만 더 보탰다면 챌린지 우승과 함께 1부에 직행할 수 있었다. 1위 상주가 안산과의 최종전에서 3대0이 아닌 2대0으로만 이겼더라도 골득실에서 앞서 승격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구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도 마지막 기회가 있었지만 이미 기세가 꺾인터라 힘을 쓰지 못했다. 조 대표는 "입에 넣어 준 떡을 삼키기만 하면 됐었는데…"라며 진한 아픔을 삼켰다.


다시 1년을 기다렸고, 마침내 그 날이 도래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승격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8월이었다. 이영진 감독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자진 사퇴가 아닌 경질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조 대표로선 억울했다. 이 감독을 설득했지만, 뜻을 돌리지 못했지만 세상의 인심은 야박했다.

온갖 억측에도 축구는 멈출 수 없었다. 대구와의 약속이었다. 손현준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새 감독을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급하게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보다는 팀의 안정화를 위하여 손 대행에게 남은 일정을 맡기기로 했다. 13경기가 남았고, 전술적으로 모자란 부분은 조 대표가 직접 채웠다.

대구의 위기관리능력은 돋보였다. 13경기에서 8승4무1패를 기록하는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어이 클래식 승격이란 목표를 달성했다.


대구는 클래식 구단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조 대표는 대구의 축구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축구전용경기장 건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이 축구전용구장으로 탈바꿈한다. 2018년 중반 개장이 목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래를 향한 또 다른 그림도 본궤도에 올랐다. 경남FC 사령탑 시절 조 대표의 훈장은 '조광래 유치원'이었다. 윤빛가람 김주영 이용래 서상민 등의 재능을 폭발시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시켰다. 조 대표는 구단의 미래를 위해 유망주를 대거 영입했고, 꿈나무들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비로소 웃었다. 그는 "대구 시민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축구 인프라 구축에 많은 협조를 해 준 구단주(권영진 대구시장)와 모든 스폰서 기업들에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이제서야 클래식에 올랐지만 그것이 목표가 아니다. 클래식에서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팀으로 성장시켜 3년 내에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행정과 팀 운영을 할 것이다. 성장한 선수들이 주축이 돼서 새로운 축구를 선보일 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1부로 승격해 이듬해 곧바로 2부로 추락하는 '반짝 승격'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조 대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프로는 결국 성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손현준 감독대행은 구단주와 의논해서 감독으로 승격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내년 대구는 재밌는 경기를 할 것이다. 그것이 1차적인 목표다. 다시 챌린지로 내려오는 일도 절대 안 만들려고 한다. 제 성격이 한 번 올라가면 안 내려온다." 조 대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올 시즌 대구가 증명했다. 대구는 내년 시즌 클래식 무대를 누빈다. 조광래 대표의 꿈은 해피엔딩이었다.
대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