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UCL현지인터뷰]친정팬 야유-욕설에도 꿋꿋했던 손흥민의 89분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10-19 23:04


19일(한국시각)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레버쿠젠과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 종료 후 인터뷰 중인 손흥민. 레버쿠젠(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손흥민(24·토트넘)이 코너킥을 하기 위해 섰다. 그 순간, 야유가 빗발쳤다. 이물질도 날아들었다. "Geh raus!(꺼져라!)"라는 욕설도 들렸다.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그래도 손흥민은 꿋꿋했다. 경기 중 세 차례나 위치를 이동했다. 말 그대로 고군분투였다.

손흥민은 19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토트넘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E조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출전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친정이다. 2013~2014시즌 손흥민은 함부르크를 떠나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2013~2014시즌 43경기에 나와 12골, 2014~2015시즌에는 42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2015~2016시즌 레버쿠젠에서 1경기를 뛴 뒤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431일. 손흥민은 2015년 8월 15일 호펜하임전 이후 처음으로 바이 아레나로 돌아왔다. 적의 에이스라는 이름표를 단 채였다.

손흥민은 올시즌 토트넘의 에이스다. 9월 한달간 5골을 몰아쳤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도 초대됐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의 시간은 행복했다. 하지만 승점 3점을 가져가고 싶다. 골을 넣는다면 세리머니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레버쿠젠도 절실했다. 승리해야만 했다. 손흥민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라스 벤더를 측면 수비수로 내세웠다. 손흥민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초반 손흥민을 오른쪽에 배치했다. 키에런 트리피어와 호흡을 맞췄다. 전반 10분 손흥민은 기회를 잡았다.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아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렸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빈센트 얀센에게 패스했다. 그렇게 골을 만들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부심의 깃발이 올라갔다. 오프사이드였다.

13분 손흥민은 왼쪽으로 위치를 바꿨다.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레버쿠젠의 오른쪽 풀백 라르스 벤더가 뒤로 내려갔다. 손흥민과의 스피드 경쟁에 자신이 없었다. 전체적인 라인이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이를 노렸다.

전반 19분 토트넘은 오른쪽을 흔들었다. 그리고 왼쪽 손흥민에게 대각선 패스를 했다. 살짝 짧았다. 24분 손흥민이 빛났다. 알리의 패스를 잡았다. 질풍같은 드리블로 레버쿠젠 선수 4명을 제쳤다. 그리고 슈팅. 아쉽게도 수비수의 발에 맞고 튕겼다. 3분 뒤에는 빅터 완야마가 중원에서 볼을 키핑한 뒤 오른쪽으로 내줬다.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왔다. 2선에서 쇄도하던 알리가 헤딩했다. 살짝 빗나갔다. 토트넘의 페이스였다.

손흥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레버쿠젠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레버쿠젠의 팬들이 움직였다.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까지 레버쿠젠 팬들은 조용했다. 손흥민이 볼을 잡아도 야유가 살짝 나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레버쿠젠이 위기에 몰리자 달라졌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레버쿠젠 팬들은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전반 40분이 압권이었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러 갔다. 레버쿠젠 서포터 바로 앞이었다. 서포터들은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이물질도 던졌다. 그래도 손흥민은 이를 막물고 뛰었다.

후반 19분 손흥민은 최전방으로 이동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얀센을 빼고 무사 뎀벨레를 투입했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향했다. 몸싸움이 시작됐다. 어려움이 있었다. 레버쿠젠의 조나단 타-외메르 토프락 라인은 견고했다. 몸싸움이 좋은 얀센도 뚫어내지 못했다. 손흥민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스피드를 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최전방, 측면을 가리지않고 활동량을 늘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손흥민은 교체아웃됐다. 89분을 뛰었다. 손흥민은 고개를 숙였다. 비가 오는 와중에 체력을 모두 소진했다. 결과가 아쉬웠다. 레버쿠젠 팬들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손흥민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래도 손흥민은 예의를 잊지 않았다.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예의를 표했다. 분명 손흥민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89분이었다.

다만 손흥민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는 "야유와 욕설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UCL은 어려운 경기다. 내 경기력에 만족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10월 들어 아직까지 소속팀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데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골보다는 팀 성적이 우선이다. 최선을 다하면 경기력은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레버쿠젠(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