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비로소 내려놓은 최강희 감독, ACL 우승은 양보 못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10-16 17:39


최강희 전북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의 K리그 사상 첫 무패 우승 시나리오에 마침표가 찍혔다. 33경기 연속 무패(18승15무), 그들이 걸어온 길이었다.

전북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 첫 라운드에서 제주에 덜미를 잡혔다. 2대3으로 역전패 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사실 올 시즌 초부터 무패 우승에 큰 욕심이 없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막을 수 없었지만 이 부담감이 오히려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실제로 시즌 초반 경기력 저하가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빨리 털어내고 싶었던 것이 최 감독의 속내였다. 지난 5월 불거져 결국 심판 매수로 결론이 내려진 스카우트의 어긋난 행동이었다. 스카우트도 코칭스태프의 일원이기 때문에 최 감독은 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무패 우승을 해도 당당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이미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최 감독이었다. 그의 마음 한 켠에는 불편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무패 행진 마감이 홀가분하단다. 최 감독은 "무패 기록이 깨졌지만 홀가분하다. 선수들에게 그 동안 안 지고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센터백 부재, 이동국 PK 실축

K리그 첫 패배를 되돌려보자. 패인은 무엇일까. 최 감독은 센터백(중앙 수비수) 부재와 이동국의 페널티킥 실축을 아쉬워했다. 이날 전북은 조성환 김형일 최규백 등 세 명의 주전 센터백이 징계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을 센터백으로 변신시켜 스리백을 가동했다. 그러나 전문 중앙 수비수는 임종은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리백은 헐거웠다. 특히 문전 혼전 상황에선 혼란이 가중됐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28분 이동국의 페널티킥은 승부처였다. 경기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북이 웃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동국의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오고 말았다. 오히려 제주에 무패 행진을 저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실축이었다.


28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AFC챔피언스리그 (ACL) 4강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전반 39분 전북 레오나르도가 팀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28
승점 9점 감점, 심리적 영향 있었다


최 감독도 스플릿시스템 돌입 전 깎인 승점 9점에 대한 심리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최 감독은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사건 발단은 2013년이라도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올해다. 지금 선수들과 연관이 크게 없지만 서울과의 승점차가 줄어든 것은 무패 우승을 바라던 선수들에겐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선수들도 마치 죄인처럼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며 "한 경기 진 것 뿐이다. 앞으로 이기고 질 수 있다. 연연하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ACL 우승은 양보 못한다

"이젠 다 내려놓겠다." 무패 행진 마감으로 홀가분해진 최 감독의 속마음이다. 그는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분위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하려면 이 정도는 선수들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리그를 떠나 이제 우리는 ACL 우승을 위해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이보다 더 어려운 장면도 극복했다. ACL 우승은 절대 양보 못한다"고 말했다.

ACL 우승은 2006년 이후 지난 10년간 풀지 못한 전북의 한(恨)이다. 19일이 결전의 날이다. 상암벌에서 FC서울과 ACL 4강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전북은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4대1로 승리, 결승행에 다소 여유가 있는 입장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