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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닮았나?'
성남과 인천은 16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스플릿 1라운드서 득점없이 비겼다.
두 팀 모두 절반의 성공이었다. 인천은 승점 36(8승12무14패)으로 10위 수원(승점 38)을 턱밑까지 추격하지 못했지만 6경기 연속 무패(3승3무)를 했다. 성남은 승점 42(11승9무14패)로 그룹B 선두(7위) 진입에 실패했지만 3연패의 사슬은 끊었다.
이날 경기는 '닮은 꼴의 대결'이었다. 우선 '대행 매치'였다. 양 팀 사령탑인 구상범(성남), 이기형(인천) 모두 전임 감독이 중도 사퇴하면서 '(감독)대행' 꼬리표를 달고 있다.
특히 인천에게 성남은 지난해 상·하위 스플릿을 결정짓는 33라운드에서 1대2로 발목을 잡아 인천의 그룹A 꿈을 무산시킨 '원수'나 다름없다.
여기에 비슷한 앞선의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성남은 김 현 원톱에 황의조를 2선 공격 조합으로 썼고 인천은 원톱 케빈에 진성욱이 받치도록 했다.
황의조와 진성욱 모두 원톱으로도 손색이 없는 자원이다. 성남의 구상범 감독대행은 자신이 부임한 이후 김 현을 톱으로 올리고 황의조를 섀도로 기용하는 공격 포메이션을 애용하고 있다.
A대표팀에 차출될 때는 물론 김학범 전 감독 시절 붙박이 원톱으로 뛰던 황의조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수'가 자꾸 읽히자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지난달 17일 수원FC전(2대1 승) 김 현이 2골을 터뜨리며 이 변화가 즉시 효과를 거두는 듯 했지만 이후 3연패를 하며 효과 반감된 상태다. 구 감독대행은 3연패 탈출을 위해 이 카드를 다시 꺼냈다.
A매치 휴식기간 동안 미흡한 점을 다듬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인천 이기형 감독대행은 자신이 부임한 이후 케빈-진성욱 카드로 큰 재미를 봤다. 지난 5경기 무패행진(3승2무)을 하는 동안 둘은 줄곧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했다. 이전까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진성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공격성을 배가하는 데 효과를 봤다. 인천 역시 변화의 힘을 한 번 더 믿었다.
너무 닮은 꼴로 붙었서일까. 양 팀은 전반 결정적인 찬스없이 헛심 공방전을 펼쳤다. 9개(성남 7개, 인천 2개)의 슈팅이 나왔지만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하지만 선수들끼리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치열했다. 전반 8분 인천 윤상호와 성남 최호정이 감정싸움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부딪히고 쓰러지고'가 계속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성남은 악재까지 겹쳤다. 부상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교체카드 2장을 허비했다.
23분 성남의 왼측면 수비수 박진포가 김경민과 충돌한 뒤 허벅지 통증으로 이태희와 교체됐고, 43분에는 중앙 수비 장석원이 권완규와 충돌한 뒤 실려나갔다.
후반 들어 성남 박용지와 김두현이 유효슈팅에 성공하며 기선을 잡는 듯했지만 인천이 다시 주도권을 잡으며 맞붙을 놨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큰 임팩트 없는 시소게임이 계속 이어졌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흥미도 가라앉았다.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감독은 나란히 남은 4경기 3승1무를 목표로 잡았다. 성남은 7위를, 인천은 클래식 잔류를 노린 포석인데 이날 무승부로 앞으로가 더 험난해졌다.
성남=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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