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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에게 영플레이어상 후보 추천을 부탁했다. 저마다 자기팀 선수들을 홍보하느라 바빴다. 조진호 상주 감독의 차례였다. 그는 "우리 팀은 영플레이어가 없다"며 장난기 머금은 미소를 지었다. 군팀인 상주는 23세 이하 선수가 없어 프로축구연맹이 2013년부터 시작한 '23세 이하 선수 1명 의무출전 규정'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조 감독이 뱉은 한마디에 폭소가 터졌다. "손흥민(토트넘)이 12월에 지원하면 영플레이어상을 받도록 돕겠다."
물론 'K리그 최고의 입담꾼'은 최강희 감독이었다. 좌중을 들었다놨다 했다. 최 감독은 마이크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자 "내가 촌에서 와서 서울에 오면 이렇다"며 포문을 열었다. '나는 K리그 감독 중 외모가 상위권이다'는 질문에는 나홀로 '○'를 드는 '뻔뻔함(?)'을 보였다. "내가 선수들한테 외모 따지지 말고 축구 잘하면 예뻐 보인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O를 들었다." 옆에 있던 황선홍 서울 감독은 "맞는 말이다. 최강희 감독님 굉장히 잘 생기셨다"며 웃어 넘겼다. 최강희 감독만 고개를 끄덕였다.
'스플릿 라운드에 진출한 팀 중 데려오고 싶은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선 레오나르도, 로페즈 등 전북 선수들의 이름이 연이어 나열됐다. "언제든 데려가라"며 '쿨'한 반응을 보이던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을 재입대 시키고 싶다"는 조 감독의 말에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이동국은 안된다. 애가 다섯이다. 싸이도 아니고 군대를 두번이나 가면 안된다." 장내가 뒤집어졌다.
이날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은 '목표 달성 시 세리머니'였다. 막내 감독들이 총대를 맸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때 생각하겠다"는 고참급 감독들을 대신해 '개띠 동갑내기 친구' 노상래 전남 감독과 조성환 제주 감독이 직접 무대에 섰다. 노상래 감독은 "목표를 달성하면 자일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미리 보여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수줍게 얼굴에 손을 대서 꽃처럼 만드는 자일 세리머니를 펼쳤다. 조성환 감독은 "작년 연말에 이만수 전 SK 감독이 했던 팬티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 상의 탈의를 하고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했다. 사회자들은 "미리 보여달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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