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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의 크리스티안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었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선수 비교 발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언급한 소리아는 카타르의 스트라이커다. 우루과이 국적이지만 대표팀 출전을 위해 귀화한 선수다. 소리아는 6일 한국과의 최종예선 3차전(3대2 한국 승)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1골도 기록했다. 카타르가 기록한 모든 골에 관여했다.
슈틸리케호는 이날 이란에 0대1로 패했다. 이로써 최근 이란전 4연패다. 역대 이란 원정 전적도 2무5패가 됐다. '새 역사'를 쓰겠다던 슈틸리케 감독. 커다란 포부만큼이나 실망감도 깊었다.
하지만 비교는 다른 차원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리더의 위치라면 더욱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게 비교다.
어쨌든 이미 나온 말이다. 주워담을 수 없다. 선수들도 모를 리 없다. 경기 후 선수단 숙소인 에스테그랄 호텔에서 손흥민(24·토트넘)과 기성용(27·스완지시티)을 만났다. 그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손흥민은 "여기에 대해 말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선수 거론하며 말씀하신 건 아쉽다. 모든 선수들이 잘해보려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얼마나 이기고 싶었겠나. 그래서 감독님 말씀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서운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주장 기성용은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기성용은 "감독님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 등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내가 보기엔 감독님도 많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전은 내가 감독이었어도 화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성용과 슈틸리케 감독 사이에 온도차도 있었다. 책임 소재에 대한 부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본선에 진출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오늘처럼 플레이를 한다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이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강하게 나왔다. 1대1 경합 시 우리는 쓰러지고 이란 선수들은 버텼다"고도 했다. 선수들에 대한 질책성 발언이다.
기성용은 "내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지만 감독, 주장, 선수들 모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누구 하나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선수단 모두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프로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감독님 말씀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패배는 언제나 아프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분명 온다.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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