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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해 룸메이트 손흥민의 컨디션을 책임지고 올리겠다(웃음)."
두 남자의 우정. 하루아침에 쌓인게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동고동락하며 적립한 우애다. 두 선수가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김신욱과 손흥민 모두 손꼽히는 유망주로 조광래 전 감독의 부름을 받고 아시아 무대에 섰다. 하지만 벤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서로의 아픔을 털어놓으면서 가까워졌다. 둘은 약속이나 한듯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선 홍명보호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깊어진 우정 속에 단짝 면모를 과시하면서 '톰과 제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로부터 2년4개월이 흐른 시점, 손흥민과 김신욱은 카타르, 이란전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카타르, 이란과의 최종예선 2연전 필승을 위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히든카드다. 탁월한 제공권 장악 능력 뿐만 아니라 위치선정과 발재간, 결정력까지 갖춘 K리그 최고 공격수다. 올 초 군사훈련 뒤 팀 훈련에 늦게 참가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 속에 슈틸리케호에 합류했다. 강력한 몸싸움과 돌파를 즐기는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이나 스피드를 앞세운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유형의 공격수다. 전북에서 선발과 교체를 가리지 않고 뛰었던 경험을 되돌아보면 대표팀에서도 경기 준비와 상황에 따른 전천후 활용이 가능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단짝인 두 선수를 이번 소집 기간 룸메이트로 짝지은 이면에는 '김신욱 효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 과연 대표팀에서 다시 뭉친 '톰과 제리'가 풍랑 속 슈틸리케호를 구하고 큰 웃음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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