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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달랐다.
2006년 ACL 우승 이후 10년 만의 정상 등극을 노리는 전북은 전반 21분 김신욱이 얻은 페널티킥을 레오나르도가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손쉽게 빗장을 연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자비는 없었다. 4분 뒤에 두 번째 골이 터졌다. 로페즈였다. 김신욱과의 2대1 패스에 이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전반 39분에는 세 번째 골이 터졌다. 김신욱의 헤딩패스를 받은 로페즈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레오나르도가 차원이 다른 스피드를 앞세워 헤딩으로 연결, 골망을 다시 흔들었다. 김신욱, 레오나르도, 로페즈로 이어진 '삼각편대'의 공습에 서울 수비진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주세종이 만회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이석현, 아드리아노, 데얀, 주세종, 박주영 등이 잇따라 슈팅을 날렸지만 더이상의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북이 후반 38분 김신욱이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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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에두 그리고 이동국, 최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원톱 활용 방안이다. 누가 선발로 나가도 어색하지 않다. 최 감독의 선택은 1m96의 김신욱이었다. 황 감독은 예상대로 스리백으로 맞불을 놓았다. 곽태휘 김남춘 오스마르가 포진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울퉁불퉁했다. 패스 플레이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북은 김신욱의 높이를 백분 활용했다. 몸싸움에도 적극적이었다. 서울 수비수들이 번갈아 김신욱과 싸웠지만 번번이 농락당했다. 김신욱으로 시작돼 김신욱으로 끝났다. 전북이 터트린 4골에는 모두 김신욱이라는 이름 석자가 있었다.
최 감독은 "준비한데로 선수들이 완벽할 정도로 경기 운영을 해줬다. 그래서 대승을 할 수 있었다. 서울이 스리백을 쓰면 내려서고 데얀과 아드리아노를 중심으로 역습에 나설 것이라 생각했다. 상대가 연결해 나오는 것을 압박으로 끊는 것을 많이 주문했다. 홈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리그에서 3승을 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초반에 강하게 공격적인 것을 요구했다"며 "그런 부분이 잘 맞아떨어졌다. 큰 경기를 앞두고 느낌이 있는데 몸상태나 집중력을 보여줬기에 자신있게 주문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반면 황 감독은 "김신욱이 나온다고 가정하고 세컨드볼을 내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전반을 잘 견뎌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 실점을 하는 바람에 두 번째 골을 내주고 흔들렸다"며 "선제골 이후에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냉정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오늘 스코어는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 2차전이 남아 있다"며 아쉬움 속에 애써 희망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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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수비에서도 철저하게 서울을 봉쇄했다. 아드리아노의 전담마크는 이날도 최철순이었다. 아드리아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최철순은 그림자처럼 아드리아노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주세종은 박원재가 마크했다. 왼쪽 풀백인 박원재는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중원의 핵인 주세종을 방어했다. 박원재가 자리를 비우면 그곳에는 레오나르도가 있었다. 데얀은 조성환과 임종은이 번갈아 맡았다.
1대1 맞춤형 전략이 통했다. 황 감독도 인정했다. "1대1, 상대의 몸싸움 등 같은 패턴에 당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장윤호와 최철순 중 고민을 했다. 경험이 필요했다. 임종은 조성환 최철순이 역습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는데 완벽할 정도로 잘해줬다. 최철순은 상대의 중요한 선수를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역습을 잘 막았기에 전반에 완승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와 로페즈가 상대가 스리백을 설때 수비하는 법을 알려줬다. 후반에 체력적인 부담과 약간의 부상으로 내려설 수 밖에 없었다. 시작과 함께 실점한 것이 아쉬웠다. 추가 실점하면 어려워질 수 있었지만 잘 지킨 것이 대승의 원동력이었다"며 만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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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이 끝났고, 90분이 남았다. 서울은 3골차 이상 승리해야 대반전을 이룰 수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희망의 끈도 놓을 수 없다. 황 감독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2차전은 어차피 공격에 힘을 실어야 한다. 실점에 대한 위험부담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무서워할 상황은 아니다. 골을 넣어야 한다. 승패가 중요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게 중요하다"며 "아무래도 홈과 원정 분위기가 다르다. 이것을 잘 이겨내야 서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2차전은 분명히 우리가 유리하게 할 수 있다. 비록 최철순이 뛸 수 없지만, 서울은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경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고 있다. 나는 선수들에 정신적인 부분은 거의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선수들 스스로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고 리그에서 무패로 가고 있기에 선수들을 믿을 것이다. 방심이나 자만하면 안되겠지만 오늘 대승이 2차전에도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준비만 잘한다면 결승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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