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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양대 명가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가 통곡의 밤을 보냈다.
수원의 상위 그룹 꿈은 사실상 무산됐고, 포항 역시 하위 그룹 행이 사실상 확정됐다.
수원은 광주와의 원정경기서 1대1로 비겼고, 포항은 인천과의 홈경기서 0대1로 석패했다.
이로써 수원은 7승15무9패, 승점 36(9위)으로 스플릿 시스템을 결정짓는 33라운드까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자력으로 상위 그룹에 올라갈 수 없다. 2경기를 모두 이기고 상위 팀들의 결과를 지켜보며 기적을 바랄 수 밖에 없게 됐다.
수원 '마지막에 운도 없었다'
수원에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광주와의 한판이었다. 설상가상이었다. 광주도 간판 스트라이커 정조국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수원의 출혈이 더 컸다. 지난 30라운드 전북전에서 조나탄(경고누적)과 이종성(퇴장)을 잃었다. 베테랑 이정수와 염기훈은 부상으로 휴업중이고, 그나마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던 산토스까지 컨디션 부족으로 벤치 대기했다. 하지만 든든한 잇몸이 있었다. 또 다른 베테랑 홍 철이다. 염기훈 대신 주장 완장을 찬 홍 철의 발끝에서 불과 1분 만에 선제골이 시작됐다. 코너킥 시도 이후 광주 진영 오른쪽 박스 안을 파고든 홍 철이 문전 이상호에게 찔러줬고, 이상호는 상대 수비가 방심한 틈을 타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마지막 희망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17분 광주 이으뜸의 문전 프리킥에 쇄도하던 김민혁이 머리를 정확하게 갖다댔다. 수원으로선 억울했다. 방송 중계 화면을 보더라도 오프사이드였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수원은 지난 전북전(1대1 무)에 이어 또 선제골 이후 실점 징크스에 또 울었다. 선제골 이후 실점은 올 시즌 수원의 고질병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15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경기 내용에서 잘 해놓고 승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긴축경영으로 인해 전력이 약화됐던 수원은 외국인 선수 복도 없었고, 홍 철 염기훈 이정수 등 핵심자원의 릴레이 부상으로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전력약화가 예고된 '인재'라면 마지막까지 애매한 판정으로 '운'도 따르지 않아 수원의 몰락을 부추겼다.
포항 '최하위에 덜미 잡혔다'
포항은 수원과 함께 K리그를 대표하는 팀이다. 수원이 지금까지 K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3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 2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차지했다. 수원 못지 않게 포항도 역사와 관록을 자랑한다. 1973년 창단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K리그 우승 5회, FA컵 우승 4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등의 업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포항은 지난해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황선홍 감독과 결별하면서 수원과 비슷하게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전에 핵심자원이었던 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고액 연봉자를 정리했던 수원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결국 포항은 시즌 내내 중위권에서 맴돌다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10위까지 내려앉았다. 21일 약체 인천과의 경기에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후반 인저리타임에 통한의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는 11위 인천(승점 31)에 쫓겨 강등권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광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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