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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부진' 최진철 감독 "부끄럽고, 답답하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9-19 20:23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그렇겠지만 최진철 포항 감독도 자존심이 강하다.

전북에서 뛰던 시절부터 강성으로 유명했다. 나약한 생각을 하는 후배를 만나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명의 수비수 였지만 K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30세가 훌쩍 넘은 뒤 2002년 한-일월드컵 막강 스리백의 한축을 담당하는 수비수가 된데에는 최진철 특유의 자존심과 근성이 숨어 있었다.

최근 최 감독은 담배가 늘었다. 포항은 상위스플릿의 기로에 놓인 최근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전남, 수원FC, 울산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였기에 아픔은 더 컸다. 10위로 추락한 포항(승점 35)은 그룹A행이 희박해지고 있다. 3경기를 남겨놓은 지금 6위 성남(승점 41)과의 승점차는 6점이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다른 팀들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자존심 강한 최 감독은 이 상황이 지금 너무 괴롭다. 그는 "너무 자존심 상하고, 너무 부끄럽다. '이런 축구를 하려고 프로에 왔나', '내 준비가 부족했나' 하는 생각을 수십번씩 한다"고 답답해 했다. 18일 울산전 0대1 패배 후 최 감독은 한잠도 자지 못했다. 경기를 복기한 후 자신의 선택에 대해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최 감독은 "내 미스였다.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십분 남짓의 통화 동안 최 감독의 한숨 소리는 수십번 넘게 이어졌다.

올 시즌은 최 감독이 K리그 감독으로 맞는 첫 시즌이다. 그는 어려움을 각오하고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고무열 김승대 신진호 조찬호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그러나 시련은 상상 이상이었다. '에이스' 손준호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며 원래 구상했던 베스트11을 한차례도 가동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스리백 등 다양한 카드로 위기 탈출에 나섰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를 지지해주는 구단 프런트와 팬들에 대한 미안함만 커졌다. 최 감독은 "성장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프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안하다. 무엇보다 일단 내가 구상한 축구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그는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으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했다. 다시 추스리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신광훈의 가세로 측면 공격이 좋아진만큼 승점 3점을 위한 과감한 축구를 할 생각이다. 마지막까지 믿어주는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명가' 포항이 최악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지. 최 감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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