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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 힘드셨죠?"
그의 진가가 또 입증된 무대는 6일(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 시리아와의 경기다.
황희찬의 지난 여름은 '눈물'이었다. '런던 신화 재현'의 꿈을 안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눈물을 삼키고 돌아왔다.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는 동안 황희찬은 붙박이 원톱에 1골-1도움으로 '신태용호'의 중심이었다. 올림픽대표팀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였던 그는 저돌적인 돌파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활력소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8강에서 복병 온두라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잔뜩 실의에 빠져있을 즈음, 천금같은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힐링캠프'를 열어줬다. "황희찬 권창훈은 온두라스전 패배 뒤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심적인 괴로움이 컸을 것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한국은 전반까지 중국과의 1차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공세를 퍼부었지만 시리아의 질식 수비에 막혀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했다. 힘들게나마 전반 선제골을 만들었던 중국전에 비하면 경기력은 오히려 떨어진 모습이다.
후반에는 더 우울했다. 한국은 생각했던 만큼 선제골을 만들지 못하자 성급해지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 체력도 덩달아 급락하는 듯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반면 시리아는 한국의 그런 허점을 제대로 파고 들며 전반과는 확연히 다른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 황희찬이 등장했다. 후반 22분 이재성의 바통을 이어받아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희찬이 투입되자마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감하게 돌파하는 플레이가 필요했던 한국에, 터지지 않는 득점에 맥이 빠진 형님들에게 청량음료같은 역할을 했다.
투입된 지 1분 만에 2대1 패스를 받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번개같이 파고든 뒤 올린 크로스는 인상적이었다. 상대 골키퍼 손에 간신히 걸렸기망정이지 쇄도하던 이청용의 발끝에 걸렸으면 골로 연결될 패스였다. 황희찬의 투입으로 전방의 활력도가 높아졌지만 시리아 수비가 끝내 빈틈을 주지 않은 게 아쉬울 뿐이었다.
팔팔한 황희찬에 비해 먼저 힘이 빠진 형님들도 황희찬 효과를 반감시키는 아쉬움을 낳고 말았다. 올림픽대표팀에서처럼 눈에 띄는 결과는 없지만 A대표팀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예쁜 '막둥이'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