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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리아]손흥민 공백 없었다, 'K리거' 이재성 열 해외파 안 부러웠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09-06 23:01 | 최종수정 2016-09-06 23:04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깜짝 발표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2)은 지난 1일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3대2 승)이 끝난 뒤 손흥민(24·토트넘)의 시리아전 차출 불발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독일 볼프스부르크 이적 성사 시 시리아전까지 데려갈 수 있도록 토트넘에 요청했다. 그러나 꿈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적이 불발됐음에도 간곡한 부탁을 거부한 토트넘의 선택도 야속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과 손흥민이 모두 빠진 시리아전에 부랴부랴 황의조(성남)를 대체 발탁하기로 했다.

시리아 원정 경기의 관심은 손흥민의 빈 자리를 채울 자원이었다. 4일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치러진 첫 훈련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이 드러났다. 4-2-3-1 포메이션에서 이재성이 손흥민의 자리인 측면에 배치됐다.

실전 그림은 훈련대로 그려졌다. 이재성이 오른쪽 측면에 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왼발잡이인 이재성에게 반대발 윙어의 효과를 기대했다.

이날 이재성의 플레이는 '군계일학'이었다. 상대 공격 진영에서 경기 템포가 느려질 때마다 킬패스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6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뒤쪽으로 파고든 오재석(감바 오사카)에게 킬패스를 전달했다. 아쉽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시리아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하기 충분했다.

멀티 능력은 이재성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소속 팀인 전북에선 전문 윙어가 있기 때문에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다. 그러나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고려대 시절에도 왼쪽 윙어로 뛴 경험이 있는 이재성은 전북에서도 상황에 따라 왼쪽 날개로 이동할 때도 있었다.

이재성은 시리아전에서도 측면 공격수로 뛰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했다. 많이 뛰면서 상대 수비수를 중원으로 끌고 나와 뒷 공간을 열었다. 또 오른쪽 측면에서 수시로 문전으로 쇄도해 득점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전담 키커로도 활용됐다. 문전에서 먼 지점과 코너킥 때 이재성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골문으로 배달됐다.


후반에는 자리를 이동했다.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과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왼쪽 측면 파괴에 나섰다. 주발인 왼발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었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빈 이재성은 후반 22분 황희찬(20·잘츠부르크)과 교체됐다.

K리거의 자존심을 세운 이재성은 그야말로 열 해외파 부럽지 않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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