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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은 이미 열렸다.
변칙과 정석의 기로에 섰다. 1차전 전술을 고수하느냐, 변화를 선택하느냐의 갈림길이다. 그 열쇠는 슈틸리케호가 쥐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5위인 시리아(한국 48위)는 선택지가 넓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전과 마찬가지로 무게 중심을 수비에 둘 가능성이 높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시리아는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에서 수비벽을 두텁게 쌓았다. 중국전에서 힘겹게 이겼던 만큼 중국전을 교훈 삼아 시리아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예선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벼랑 끝에 몰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출발이 중요하다. 연승으로 첫 발걸음을 떼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탄탄대로다. 시리아전은 첫째도, 둘째도 '필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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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전의 화두는 역시 밀집수비 격파다. 슈틸리케호는 2차 예선에서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4-2-3-1 대신 4-1-4-1 시스템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최종예선은 다르다. 미얀마와 라오스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시리아의 전력이 한 수위다. 그러나 시리아도 여전히 그물망 수비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은 내놓아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선 4-2-3-1 카드를 꺼내들었다. 스리백으로 맞선 중국은 수세시에는 5백을 형성했고, 필드플레이어 10명 전원이 수비에 가담했다. 태극전사들은 공간 창출에 애를 먹었다.
포메이션은 '숫자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4-1-4-1 시스템에 가까운 변형 4-2-3-1 시스템도 꺼내들 수 있다.
리우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이 거울이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권창훈(수원)을 박용우(서울)와 함께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시켰다. 다만 권창훈의 역할은 달랐다. '프리롤'에 가까울 정도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 가담을 더 활발하게 했다. A대표팀으로 돌아온 신 감독은 코치로 보직을 변경,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밀집수비에는 변칙 전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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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이 시리아전을 앞두고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실수 제로'다. 최종예선에 진출한 팀은 대부분 '한 칼'이 있다. 3-0으로 앞서다 내리 두 골을 허용한 중국전의 위기는 실수에서 비롯됐다. 실수가 나올 경우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는 기본이다. 공수밸런스의 안정도 필수다. 밀집수비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상대가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나올 경우에도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심은 물론 과욕도 금물이다. 과하면 템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서두르다보면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수비-미드필더-공격, 한 축이 무너지면 벽에 부딪힌다. 선제골이 일찍 터지면 완급 조절의 지혜도 수반돼야 한다. 선제골이 늦더라도 상대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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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정지된 상황에서 플레이를 전개하는 세트피스는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다. 상대도 세트피스를 노리고 있다. 슈틸리케호도 마찬가지다. 세트피스는 밀집수비에서도 자유롭다.
중국전 선제골도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손흥민이 프리킥한 볼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머리를 거쳐 문전으로 흘렀고, 중국의 백전노장 정즈(광저우 헝다)의 발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로 연결됐다. 특히 파로이스타디움은 변수가 넘친다. 동남아 특유의 떡잔디는 적응이 쉽지 않다. 볼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고온다습한 기후는 체력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세트피스가 중요하다.
약속된 세트피스를 통해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물론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어선 안된다. 시리아에 선제골을 내줄 경우 '침대 축구'의 악령에 또 한번 사로잡힐 수 있다.
최종예선에서 쉬운 경기는 없다. 그래도 시리아전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일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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