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운드 위에 '대국(大國)'은 없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폭격기 차범근, '공한증'의 시작=한국은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2차리그에서 중국과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당시 서독(현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을 앞두고 있던 차범근은 후반 2분 결승포를 터뜨리면서 승리를 안겼다. 30년 넘게 이어진 '공한증'의 서막이었다. 태극전사들이 30차례 이상 A매치를 가진 팀 중 단 1패만을 기록 중인 팀은 중국이 유일하다.
연속 월드컵 본선행 서막 연 김주성=1989년 싱가포르에서 펼쳐진 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전은 30차례 한-중전 중 가장 긴장감 넘치는 승부였다. 한국은 '삼손' 김주성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중국을 1대0으로 꺾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서 32년 비원의 본선행을 이뤄낸 태극전사들이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교두보였다.
|
신사 홍명보도 결국엔 '울컥'=지금까지 중국전서 나온 퇴장은 세 번. 이 중 두 번을 홍명보(항저우 그린타운 감독)가 받았다. 깔끔하고 매너있는 플레이로 보통 경기에서는 경고도 거의 받지 않던 홍명보는 136차례 A매치를 통틀어 중국전에서만 두 번 레드카드를 구경했다. 1992년 다이너스티컵에서는 상대 플레이에 격분해서, 2000년 아시안컵에서는 심판의 페널티킥 선언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을용타'의 추억=한-중전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은 단연 '을용타' 사건이다. 2003년 일본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자신을 밀친 중국 선수의 뒤통수를 뒤돌아서며 후려치고 두눈을 부릅뜬 채 쳐다보는 장면이다. 당시 중국의 역사 왜곡 결정체인 '동북공정' 문제 탓에 이을용은 팬들 사이에서 '국민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을용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발목이 아팠는데 중국 선수가 아픈 곳을 두 번이나 걷어찼고 결국 부상했다. 나도 모르게 욱해서 때린 것"이라며 "인터넷 상에 떠돈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다. 아마 내 인생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때였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8명 뛴 중국에 무승부=2005년 동아시안컵은 아쉬움이 남는 승부다. 전반 초반 1명이 퇴장 당한 중국에 선제골을 내준 뒤 간신히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상대 선수 2명이 퇴장 당하며 11대8로 싸웠음에도 결국 무승부에 그쳤다. 이 대회에서 중국은 1승2무를 기록하며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