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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부터 '축구굴기'까지, 한-중전 그때 그순간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8-30 17:59



그라운드 위에 '대국(大國)'은 없었다.

한국 축구는 중국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연전연패였다.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다. '축구광'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국 축구는 이른바 '축구 굴기'로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국가적 관심과 막대한 투자 속에 나서는 한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첫 경기는 새로운 도약을 향한 첫걸음이다.

'공한증'은 여전히 유효하다. 1978년 중국이 국제 무대에 등장한 이래 한국 축구는 역대전적에서 17승12무1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환희의 순간이 많았지만 때로는 좌절과 탄식도 섞였다. 대한축구협회가 결전을 앞두고 한-중전 38년사를 정리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폭격기 차범근, '공한증'의 시작=한국은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2차리그에서 중국과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당시 서독(현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을 앞두고 있던 차범근은 후반 2분 결승포를 터뜨리면서 승리를 안겼다. 30년 넘게 이어진 '공한증'의 서막이었다. 태극전사들이 30차례 이상 A매치를 가진 팀 중 단 1패만을 기록 중인 팀은 중국이 유일하다.

3득점 뒤 3실점 무승부=1983년 태국서 열린 LA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당시 한국은 박종환 감독을 비롯해 멕시코청소년선수권 4강 멤버로 대회에 나섰다. 김종건의 멀티골과 김종부의 추가골까지 보탠 한국은 후반 초반 3-0으로 앞서며 낙승하는 듯 했다. 그러나 느긋함이 독이었다. 어린 선수들은 중국의 공세에 당황했고, 결국 3실점을 하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연속 월드컵 본선행 서막 연 김주성=1989년 싱가포르에서 펼쳐진 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전은 30차례 한-중전 중 가장 긴장감 넘치는 승부였다. 한국은 '삼손' 김주성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중국을 1대0으로 꺾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서 32년 비원의 본선행을 이뤄낸 태극전사들이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교두보였다.


아! 황선홍!=황선홍 FC서울 감독에게 한-중전은 아픈 추억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직전 잠실에서 가진 한-중전. 본선 출정식을 겸해 가진 이 경기서 황 감독은 전반 14분 중국 골키퍼와 충돌한 뒤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부상에도 프랑스로 출국했지만 결국 그라운드를 밟진 못했다. '중국 축구는 거칠다'는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각인된 계기였다.


신사 홍명보도 결국엔 '울컥'=지금까지 중국전서 나온 퇴장은 세 번. 이 중 두 번을 홍명보(항저우 그린타운 감독)가 받았다. 깔끔하고 매너있는 플레이로 보통 경기에서는 경고도 거의 받지 않던 홍명보는 136차례 A매치를 통틀어 중국전에서만 두 번 레드카드를 구경했다. 1992년 다이너스티컵에서는 상대 플레이에 격분해서, 2000년 아시안컵에서는 심판의 페널티킥 선언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을용타'의 추억=한-중전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은 단연 '을용타' 사건이다. 2003년 일본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자신을 밀친 중국 선수의 뒤통수를 뒤돌아서며 후려치고 두눈을 부릅뜬 채 쳐다보는 장면이다. 당시 중국의 역사 왜곡 결정체인 '동북공정' 문제 탓에 이을용은 팬들 사이에서 '국민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을용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발목이 아팠는데 중국 선수가 아픈 곳을 두 번이나 걷어찼고 결국 부상했다. 나도 모르게 욱해서 때린 것"이라며 "인터넷 상에 떠돈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다. 아마 내 인생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때였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8명 뛴 중국에 무승부=2005년 동아시안컵은 아쉬움이 남는 승부다. 전반 초반 1명이 퇴장 당한 중국에 선제골을 내준 뒤 간신히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상대 선수 2명이 퇴장 당하며 11대8로 싸웠음에도 결국 무승부에 그쳤다. 이 대회에서 중국은 1승2무를 기록하며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안방 中 울린 펠레스코어 승리=2008년 중국 충칭서 열린 동아시안컵은 역대 한-중전 중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전반 43분 박주영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으나 후반 초반 연속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후반 30분 박주영의 프리킥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곽태휘의 역전 발리슛이 터지면서 3대2의 짜릿항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승리를 계기로 허정무호는 첫 대회 우승에 골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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