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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내달린다.
그런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전문 풀백이었던 것 같다. 이유가 있었다. 안현범은 "본래 포지션은 공격수지만 학창 시절 측면 수비도 자주 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기회가 됐다. 안현범은 올 시즌 리그 17경기에 출전해 3골-2도움을 올렸다. 안현범은 프로에 데뷔했던 지난해 울산에서 한 시즌동안 17경기에 나서 1도움에 그쳤다. 이미 지난해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안현범은 "사실 울산에 있을 때 큰 부상이 두 차례 있어 출전을 이어가기 어려웠다"면서도 "제주에서 측면 수비를 보면서 내 강점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했다.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꿔 활약하는 안현범. 몇 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자신이 있는지 물었다. 안현범이 웃었다. "골키퍼랑 수비형 미드필더 빼고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중앙 수비수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안현범은 1m78로 비교적 단신이다. 그런데 목소리에 자신감이 차있다. 안현범은 "스리백에서 중앙 위치에서 뛸 수 있다. 좌우 스토퍼들이 경합하면 내가 빠른 스피드로 세컨드 볼을 따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당차다.
내친 김에 한번 물어봤다. '왼쪽 측면 수비도 소화할 수 있나.' 그랬더니 또 웃는다. "그럼요."
안현범과 측면 수비 이야기를 하다보니 22일 A대표팀 발표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에 좋은 풀백들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안현범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욕심이 난다."
이어 차분한 목소리로 "당연히 모든 선수들은 A대표팀을 꿈꾼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크로스와 안정감이다. 안현범은 "풀백으로 뛰는 게 자연스럽지만 공격하던 습관이 있어서 더 안정적으로 공을 차야 한다"며 "그리고 크로스도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안현범. 좋은 풀백이 등장한 것 같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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