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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년 전의 데자뷰' 손흥민, 맘껏 울되 결코 잊지마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8-16 01:51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손흥민(24·토트넘), 마치 2년 전의 데자뷰다.

당시는 '우리 동생'이었다. 그는 "형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막내로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였다. 하지만 손흥민이 꿈꿔왔던 월드컵이 아니었다.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휘슬이 울린 후 그는 회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누구도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트린 '우리 동생'에게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 크게 전달됐다.


2년 만에 브라질 땅을 다시 밟은 손흥민은 '우리 형'으로 돌아왔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그는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발탁됐다. "큰 목표를 갖고 여기에 왔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메달 뿐이었다. 색깔을 떠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그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에게는 더 특별한 것이 있었다.

"여태까지 이렇게 행복하게 축구를 한 적이 있었나 싶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것이 영광이다.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거짓말이 아니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다르다. 월드컵에선 왼쪽 가슴에 각국 축구협회의 엠블럼이 새겨진다. 올림픽은 각국의 국기를 달고 뛴다. 생애 첫 올림픽, 그 역시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러나 브라질은 여전히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그는 또 다시 통곡했다. 온두라스와의 8강전은 악몽이었다. 이날 손흥민의 슈팅은 온두라스 팀 전체보다 많았다. 온두라스는 총 6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슈팅은 8개였다. 온두라스의 유효슈팅은 4개였다. 손흥민은 5개였다. 두드리고,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후반 2분에는 사실상의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그림같은 프리킥도, 회심의 가위차기도 볼은 어김없이 상대 골키퍼에게 걸렸다. 반면 온두라스는 너무나도 쉽게 골문을 열었다. 후반 14분 알베스 엘리스가 단 한 개의 유효슈팅을 골로 연결했다. 마침표였다. 손흥민의 꿈이 다시 한번 물거품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축구대표 손흥민이 13일 오후(현지시간)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온두라스전이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후반 득점에 실패하자 머리를 감싸고 있다./2016.8.13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그라운드에 엎드린 그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통한이었다. 라커룸에선 동생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저 '내 탓'이었다. 많은 찬스 중에서 한 골만 넣었더라면 세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손흥민은 "내가 찬스를 놓쳐 경기를 망친거 같아서 너무 죄송하다. 다들 너무 고생했는데, 너무나 아쉬운 결과를 남겨서 미안한다. 국민들께도 죄송하다"며 연신 울먹였다.

온도 차는 또 있었다. '막내'가 아닌 '형'이라 팬들은 손흥민을 더 믿었다. 상실감 또한 컸고, 그를 향해 날린 비난의 화살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누가 손흥민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뛴 '죄'밖에 없다. 물론 결정력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24세의 손흥민은 가야할 길이 멀다.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은 준비를 많이 했다. 와일드카드로 후배를 독려하면서 힘이 됐다. 어느 누가 골을 안 넣기 위해 하겠느냐.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이 너무 가슴 아파하고 있다. 위로해줘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손흥민의 리우올림픽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잘 싸웠다. 다만 개인적으로 간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맘껏 울되 온두라스전은 결코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격수는 단 한 번의 찬스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그래야 눈물을 미소로 바꿀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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