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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4·토트넘), 마치 2년 전의 데자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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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이렇게 행복하게 축구를 한 적이 있었나 싶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것이 영광이다.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거짓말이 아니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다르다. 월드컵에선 왼쪽 가슴에 각국 축구협회의 엠블럼이 새겨진다. 올림픽은 각국의 국기를 달고 뛴다. 생애 첫 올림픽, 그 역시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러나 브라질은 여전히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그는 또 다시 통곡했다. 온두라스와의 8강전은 악몽이었다. 이날 손흥민의 슈팅은 온두라스 팀 전체보다 많았다. 온두라스는 총 6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슈팅은 8개였다. 온두라스의 유효슈팅은 4개였다. 손흥민은 5개였다. 두드리고,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후반 2분에는 사실상의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그림같은 프리킥도, 회심의 가위차기도 볼은 어김없이 상대 골키퍼에게 걸렸다. 반면 온두라스는 너무나도 쉽게 골문을 열었다. 후반 14분 알베스 엘리스가 단 한 개의 유효슈팅을 골로 연결했다. 마침표였다. 손흥민의 꿈이 다시 한번 물거품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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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차는 또 있었다. '막내'가 아닌 '형'이라 팬들은 손흥민을 더 믿었다. 상실감 또한 컸고, 그를 향해 날린 비난의 화살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누가 손흥민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뛴 '죄'밖에 없다. 물론 결정력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24세의 손흥민은 가야할 길이 멀다.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은 준비를 많이 했다. 와일드카드로 후배를 독려하면서 힘이 됐다. 어느 누가 골을 안 넣기 위해 하겠느냐.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이 너무 가슴 아파하고 있다. 위로해줘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손흥민의 리우올림픽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잘 싸웠다. 다만 개인적으로 간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맘껏 울되 온두라스전은 결코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격수는 단 한 번의 찬스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그래야 눈물을 미소로 바꿀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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