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LA까지 11시간, LA에서 상파울루까지 12시간, 다시 상파울루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1시간.
하늘에서 하루를 꼬박 보낸 끝에 3일(이하 한국시각) 마침내 2016년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의 안도감도 잠시, 입국장을 나오는데 긴장감이 엄습하더군요. 리우올림픽 취재를 위해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인사는 "조심해라"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리우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리우 현재 치안 상황'이라는 무시무시한 강도 영상과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는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오죽하면 '올림픽 취재기자'가 아닌 '종군 기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항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커다란 오륜기와 각종 플래카드가 공항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올림픽 분위기가 물씬 나더군요. 무엇보다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초록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의 밝은 표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빼어난 영어실력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마음씨가 참 훈훈했습니다. '리우 사람=강도'라는 그릇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주더군요. 역시 사람이 힘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셔틀버스에 올라 미디어빌리지로 향했습니다. 환대의 현장을 벗어나니 리우의 민낯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중무장한 군병력이 거리마다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장갑차까지 눈에 띄었습니다. 불안한 치안과 테러 위협은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적입니다. 평화의 상징 올림픽을 지키려는 총, 무언가 아이러니했습니다. 쇼핑몰이 있는 화려한 거리에서는 리우올림픽을 기념하는 깃발이 휘날렸지만 빈민층이 자리한 파벨라는 축제에서 소외된 모습이었습니다. 모두의 축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왠지 씁쓸해졌습니다. 가난한 리우 시민들은 재정 적자 속에서도 돈을 쏟아붓는 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개막식이 열리는 6일 대대적인 시위도 예고돼 있습니다.
리우는 거대한 공사장 같았습니다. 개막이 코 앞인데도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경기장은 물론 육교, 도로까지 곳곳이 큰 소음과 먼지더미로 가득했습니다. 날림 공사에 대한 우려가 나올만 했습니다. 전 세계 취재진의 숙소인 미디어빌리지는 더 가관입니다. 체크인만 수시간이 소요되고, 배정 후 방에 가도 청소와 시설물을 설치하는 관계자들로 가득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예약시스템 오류까지 있었습니다. 졸지에 생면부지의 타국 사람과 같은 숙소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기자 역시 일본 기자와 올림픽 기간을 함께 보내게 됐습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리우 역시 사람사는 곳입니다. 다행히 모기는 많지 않았고, 우려했던 것보다 치안은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우 시민들은 친절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은 이처럼 기대와 걱정, 두 얼굴로 개막을 준비중입니다. 3일 오후 리우에는 시원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걱정이란 먹구름을 씻어내고, 설렘이란 햇살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스포츠2팀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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