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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결국 두 자리 순위로 추락했다.
한때 '명가'로 불렸던 수원이 10위권의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2014년 3월 26∼29일 11위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그때의 11위는 심각한 위기가 아니었다. 2014년 시즌 4라운드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수원은 빠른 속도로 제모습을 되찾으며 상위권을 유지했고 최종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는 다르다. 시즌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강등권을 걱정해야 할 벼랑 끝 위기 상황에 몰렸다. 한때 서포터스 집단 항의 소동을 겪고 나서 반등세를 맞는가 싶었지만 이 역시 오래 가지 않았다. 무엇이 수원의 날개없는 추락을 만들었을까.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악재가 뒤섞인 결과였다.
수원의 올 시즌 가장 큰 문제는 경기내용은 나쁘지 않지만 이길 경기 이기지 못하고 상승세를 꾸준하게 이어갈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막판 실점이란 고질병은 나아졌지만 한 번 승리하면 다음은 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치명적인 실수가 숨어있다. 성남과의 20라운드 골키퍼 양형모의 어이없는 볼캐치 미숙이 그랬고, 이번 전남과의 22라운드 이종성의 패스 미스도 빼놓을 수 없다. 양형모 이종성 뿐 아니라 수원은 올 시즌 고승범 장호익 등 젊은 선수들을 키워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팀의 활력소 역할을 잘 해왔다. 하지만 결정적인 실수와 집중력을 놓치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1차적인 문제는 구단의 급격한 긴축재정에 따른 투자 감소다. 수원은 지난해 정성룡 오범석 등 연봉 부담이 큰 베테랑을 대거 정리했다. 이정수 조원희 등 베테랑을 영입했지만 동계훈련이 끝날 무렵으로 너무 늦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선수 총 인건비 87억원으로 전북(120억원)에 이어 2위였던 수원은 올해 12개팀 중 5위 수준으로 몸집을 줄였다. 젊은 선수 위주로 다시 출발하려고 했지만 급격한 선수 구성 변화와 경험 부족의 한계를 뛰어넘을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의 변동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후유증이 훨씬 크지만 믿고 맡길만한 대체멤버를 채우지 못했다. 문지기가 불안하니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고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한 축구 전문가는 "젊은피 위주로 팀 색깔을 바꾼다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완성하는 것은 무리다. 성장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이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올림픽대표팀의 에이스 권창훈도 지난해 대표팀의 희망으로 주목받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투자경쟁에 밀리고…, 운도 없고…
수원은 상반기까지 외국인 선수라고는 산토스 1명으로 버텼다. 투자가 위축된 악재가 용병 영입에서 불운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믿었던 공격자원 이고르는 부상의 덫에 걸려 제대로 써먹지 못한 채 방출해야 했다. 시즌 개막 전 야심차게 영입하려던 '대어' 에두와 여름 시장에서 눈독을 들였던 스웨덴 국가대표 쿠요비치를 놓친 것도 그들의 몸값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운도 없었다. 수원은 에두에게 계약 성사 직전 사실상 배신을 당했고, 쿠요비치도 예정에 없던 유로2016에 출전 기회를 얻는 바람에 입맛만 다셨다. 어렵게 조나탄과 카스텔렌을 보강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직 운이 따르지 않는다. 조나탄과 카스텔렌 모두 팀에 녹아들 시간이 부족했다. 하필 이들이 입단하고 나서 3일 건너 경기가 이어지는 일정이 계속됐다. 새로운 공격자원의 특성에 맞는 패턴을 준비할 절대적 훈련량이 부족하다. 조나탄이 4경기 만에 골을 터뜨린 것도, 전남전에 처음 출전한 카스텔렌의 오른 측면을 활용한 플레이가 부족했던 것도 아직 '원팀(One team)'을 구축하지 못한 탓이다. 수비 핵심 홍 철이 발목 수술(4월)로 일찍 빠진 것도 대형 악재였다. 이래저래 상승보다 추락 요인만 많은 수원. "자꾸 잘 나가던 옛 생각만으로 현재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란 얘기를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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