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시계를 쳐다봤다.
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울산 현대-수원 삼성 간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1-1이던 후반 49분, 시계바늘은 추가 시간 5분에 닿기 일보직전었다. 2분 전 터진 이재성의 극적인 동점골에 환호했던 울산 벤치에는 안도와 만족의 분위기가 흘러 넘쳤다. 패배를 모면한 홈팀의 활약에 관중들도 박수를 보내며 서서히 자리를 뜨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호랑이의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코바가 왼쪽 측면에서 길게 올려준 크로스는 포물선을 그리며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새 외국인 공격수 멘디의 머리로 향했다. 수비수 경합을 이겨낸 멘디는 그대로 머리에 볼을 갖다댔고 골망은 그대로 출렁였다. 멘디의 데뷔골이자 울산의 짜릿한 역전승을 견인한 결승골. 라이벌 포항과의 '동해안더비' 0대4 참패를 훌훌 털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사실 멘디는 수원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6월 중순 입국해 선수단에 합류하며 몸을 만들었지만 선수 등록 절차가 예정일보다 더 늦어졌다. 수원전을 하루 앞둔 밤에 가까스로 등록을 마쳤지만 준비가 돼있지 않은 마당이라 수원전은 경기 흐름과 분위기를 익히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울산이 수원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가자 윤정환 감독은 멘디를 호출했다. 윤 감독은 "컨디션이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활발하게 움직였고 헤딩 경합도 좋았다.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1m93의 멘디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아버지 국적을 따라 기니비사우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해 2011년부터 2년 간 싱가포르 무대에서 뛴 바 있으며 주로 포르투갈 무대를 누볐다. 큰 키를 앞세운 제공권 장악력 뿐만 아니라 스피드와 탄력을 갖춘 선수다. 지난해까지 울산 간판 공격수 역할을 했던 김신욱(28·현 전북 현대)을 연상시킬 만하다. 전반기 내내 득점력 부재로 울었던 울산은 멘디 영입을 계기로 제대로 된 공격력을 선보일 전망이다.
수원전에서 멘디의 활약을 확인한 윤 감독 입장에선 자신감을 갖게 될 만한 변화. 그동안 이정협과 박성호를 대체할 만한 공격수를 찾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멘디까지 활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패턴 변화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수원전 막판 간결한 전략으로 두 골을 얻어낸 점도 멘디 활용법에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다. 윤 감독은 "포항전 이후 분위기가 떨어졌고 오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좋은 기운을 얻었다. 앞으로 선발은 물론 뒤에 있는 선수들도 함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속적인 선전을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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