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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잘 날 없는 K리그에 또 한번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리그 문화도 되돌아봐야 한다. 전북에 대한 의혹이 드러난 것은 지난 주였다. 이는 비단 전북만의 위기가 아니었다. K리그 전체 신뢰에 금이 가는 통곡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허물을 두둔해서는 안되지만 모두 함께 고민하고 자숙하는 자세도 필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었다. 온갖 추악한 작태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일례로 한 구단 관계자는 있지도 않은 헛소문을 사실인양 확대 재생산해 공분을 샀다.
어찌됐든 또 다시 둑이 터졌다. K리그는 최악의 시련 속에 신음하고 있다. 눈물과 함께 6월이 시작됐다. A매치 주간으로 K리그가 재정비할 시간을 맞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둑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면밀한 점검도 수반돼야 한다. '지금은 심판 매수가 결코 없다'는 희망섞인 믿음부터 버렸으면 한다. 비리 척결은 수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감시의 눈은 1초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전북의 심판 매수 의혹은 지난해 경남FC 사태의 연장 선상이다. 프로연맹은 경남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클린축구위원회를 구성, 지난 3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축구계 통합 신고센터 추진 및 협력체제 강화, 교육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공들여 만든 대책들이 과연 한 치의 오차없이 냉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과거의 일로 넘기지 말고 이 시점에서 심판들의 자정결의도 필요하다. 승부의 세계의 생명은 '페어플레이'다. 그라운드와 비리는 결코 공존해서는 안된다. 그 키를 심판들이 쥐고 있다. 돈을 준 사람이 있으면 받은 사람도 있다. '떡값', '관행', '용돈' 등의 단어로 포장돼선 안된다. 음성적인 돈이 발 붙일 곳이 아예 없어야 한다. 심판들이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 등과 그라운드가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비리다. 엄격한 도덕적 규율을 지킬 수 없다면 심판복을 벗어야 한다.
감독이나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결국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다. 땀에도 가치가 있다. 부끄러운 땀은 땀이 아니다. 한 순간도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페어플레이'를 목숨같이 여겨야 한다.
범죄 심리학에 '깨진 유리창이론'이 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더 큰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라운드에 깨진 유리창이 널브러져 있다. 이참에 깨끗이 치우고 보수하기를 바란다. 방치하는 순간 제2, 제3의 비리의 덫에 영원히 갇힐 수 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지만 K리그에는 여전히 삭풍이 불고 있다. 우려와 걱정의 시선 뿐이다. 황량한 K리그 들판에 희망의 싹을 틔울 봄바람은 과연 언제쯤 다시 불어올까.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