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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체코와의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에 나선 슈틸리케호에 이정협(25·울산 현대)의 이름은 없었다.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볼을 몰고 가던 김승준이 제주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낮고 빠르게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왼쪽에서 지체없이 왼발을 갖다대면서 마무리 했다. 득점을 확인한 이정협은 두 손을 펼쳐 보인 뒤 허공을 향한 어퍼컷 세리머니로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냈다.
사실 이정협의 부활은 앞선 수원전에서도 감지됐다. 이정협은 수원전에서 코바의 두 번째 골을 돕는 패스로 시즌 첫 도움을 기록했다.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둔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연계 플레이를 택하면서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지금의 이정협에겐 '울산' 뿐이다. "4월 이후 골이 없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 내가 대표팀에 가서도 안된다." 경쟁자들을 바라보는 눈빛도 한결 여유로워 졌다. 이정협은 "(황)의조는 어제(인천전) 골이 없었지만 나보다 더 많은 득점(4골)을 기록했고 평소 경기력도 좋았다. 당연히 대표팀에 들어야 한다. 나는 마음 편하게 소속팀 경기를 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대표팀보다 소속팀에 집중해야 할 때다. 어떻게 해야 울산에서 계속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만 생각 중"이라며 "A매치 휴식기 동안 컨디션을 가다듬고 득점력을 높일 것이다. 대표팀은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더 이상 황태자가 아니다.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기 위한 이정협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