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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정이다.
일본과 중국 등 아직 시즌 중인 나라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직접 유럽으로 건너간다. 김진현(오사카) 정성룡(가와사키) 곽태휘(알 힐랄)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부리) 정우영(충칭 리판) 윤빛가람 (옌벤 푸더) 남태희(레퀴야) 등이다.
변화도 있다. 23일 대표팀 명단 발표 이후 고명진(알 라이안)의 부상이 확인됐다. 대기명단에 올랐던 주세종(서울)이 고명진을 대신해 승선 기회를 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FC서울과 우라와 레즈(일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이 열린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주세종의 경기력과 몸 상태를 살핀 뒤 마음을 굳혔다. 주세종도 29일 전남전을 치른 뒤 후발대로 출국한다.
유럽 팀과의 경기는 슈틸리케호 출항 이후 처음이다. 비로소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체코는 29위다. 54위인 한국보다 '한 수' 위다. 유럽 강호와의 일전은 슈틸리케호의 전력을 냉정하게 진단해볼 수 있는 기회다. 세계 수준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슈틸리케호의 원정 경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안방에서만 평가전을 가져왔다. 먼 길을 떠나 패배를 안고 돌아올 순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23일 대표팀 명단 발표 자리에서 유럽 원정의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강팀과도 싸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가 스페인이라도 우리는 이기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며 "그런 생각이 없다면 굳이 원정을 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한국 축구를 지켜본 결과 자신감이나 용기 있게 경기를 준비하는 게 부족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상대가 스페인이든 누구든 우리가 유지해온 철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생각"이라고 했다.
원정대의 규모는 비교적 단촐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출전 기회를 고르게 가질 수 있도록 20명 만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골키퍼 2명, 필드플레이어 18명. 규모는 작아도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해외는 물론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까지 저인망식으로 샅샅이 훑은 뒤 고심해서 발탁한 선수들이다. 최정예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최선의 인적 구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안에서 최대치의 역량을 뽑아내겠다는 복안이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김창수(전북) 등 전력 이탈 선수들을 대신한 대체 자원들의 경기력 점검과 향후 활용 방안 구상도 여기에 포함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원정에서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을 대비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2012년 5월 열린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 영상을 분석하는 등 준비도 철저하다.
선수들의 각오는 자못 비장하다. 기성용 손흥민 지동원 한국영 임창우 윤석영 홍정호 등 해외파 7명은 23일부터 닷새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담금질을 했다. 시즌을 마친 뒤 휴식기 동안 떨어진 체력과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이 훈련을 자청했다.
이번 훈련을 주도한 기성용은 "최고의 팀과 경기를 하면 져도 얻는 것이 있을 것이고 이기면 더 큰 자신감을 수확할 수 있다"며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수비에 좀 더 치중해야 하겠지만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손흥민도 "선수들의 의지가 상당하다. 눈에서 불이 나오는 것 같다.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 준비해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