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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3만 관중 운집' 女FA컵 결승 '호기심 천국'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6-05-14 23:56



[웸블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기자]호기심천국이었다.

14일 밤(한국시각) 영국 웸블리에서 첼시 레이디스와 아스널 레이디스가 펼치는 2016년 여자FA컵 결승전이 열렸다. 수많은 팬들이 운집했다. 공식 집계 관중은 3만2912명이었다. 축구종가다웠다.

하지만 조금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소 달라진다. 여자 축구 자체에 대한 인기는 아니다. 실제로 양팀의 열혈팬들은 5000~6000명 남짓이다. 대부분은 토요일 낮에 런던에서 열리는 축구인데다가 (여자라고 하지만)첼시와 아스널이 결승에서 맞붙는다는 것에 호기심과 매력을 느껴 경기장으로 찾아왔다. 여기에 성인 15파운드, 어린이 무료라는 파격적 티켓가격도 한 몫했다.

실제로 경기장 앞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첼시와 아스널 여자팀이 얼마나 경기를 잘 하냐"거나 "여자축구는 처음이다. 과연 재미있을까"는 질문을 하곤 했다.

경기 중 팬들의 반응은 '놀라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전반 시작 36초만에 아스널 레이디스에서 기습적인 중거리슈팅이 나왔다. 관중들은 '놀라움'의 함성을 질렀다. 종종 남자 선수들 못지 않은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놀라움은 이어졌다. 특히 전반 17분 아스널 다니엘레 카터의 감아차기 골이 나왔을 때는 엄청난 함성이 들였다. 함성의 의미는 결국 '여자 선수들이 이만큼 잘할 줄은 몰랐다'였다.

승부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양 팀 팬들은 골고루 섞여 있었다. 양 팀의 유니폼을 입지 않은 팬들도 많았다. 경기 내내 파도타기 응원이 돌았다. 관중석에서는 대형 축구공 풍선이 왔다갔다했다. 일부 관중들은 경기보다도 그 풍선의 행방에 주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영국 현지에서는 이번 결승전에 큰 의미를 뒀다. 3년전만해도 여자FA컵 결승전 관중은 498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자슈퍼리그가 정착됐다. 여기에 잉글랜드 여자대표팀이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관계자는 "이번 경기를 계기로 이곳에서도 여자축구가 더욱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에서는 아스널 레이디스가 첼시 레이디스를 1대0으로 눌렀다. 첼시 레이디스의 에이스 지소연은 풀타임 출전했지만 아쉽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아스널 레이디스는 2014년에 이어 2년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14번째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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