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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 전남-'무승' 인천, 꼴찌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5-12 18:26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기 마련이다.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 K리그 클래식 9라운드까지 11위, 12위로 뒤쳐진 두 꼴찌팀이 10라운드를 맞아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퇴로는 없다. 더는 내려갈 곳도 없다. 생존의 길은 오직 진격뿐이다.

전남은 최근 노상래 감독의 자진사퇴 선언으로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구단의 만류로 노 감독이 마음을 돌리면서 팀 분위기는 수습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히 이번 일이 전남에겐 각성의 계기로 작용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감독과 선수, 구단이 함께 짊어지고 극복해 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팀은 공동운명체다. 새 출발을 다짐한 전남은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11일 열린 FA컵 32강전은 새로워진 전남의 첫 무대였다. 홈구장으로 강원FC를 불러들여 4대0 완승을 거뒀다. 강원은 비록 챌린지(2부 리그) 소속이지만 6승2패(승점 18)를 기록하며, 1위 안산 무궁화와 승점은 같고 득점에서 1골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더구나 최근 '6연승'을 기록한 챌린지의 맹주다. 그런 강원을 상대로 4골이나 넣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남의 투지와 정신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

FA컵을 통해 뒤숭숭했던 팀 분위기를 추스른 전남. 진정한 반전의 성공 여부는 K리그 클래식이다. 9라운드까지 4승2무3패(승점 14)로 4위를 달리고 있는 '신흥 강자' 제주FC를 만난다. 제주는 '닥공'의 선두주자 서울FC와 함께 클래식 12개팀 중 가장 많은 득점(18골)을 올린 막강 화력의 팀이다. 지난 9라운드 수원FC전에서는 무려 5골을 몰아넣었다. 제주의 공격진에 전남은 철통 수비로 맞선다. 4실점으로 역전패(3대4) 했던 8라운드 상주전을 제외하면 그간 전남의 실점은 많지 않았다. 9라운드 인천전도 무실점으로 뒷문을 꽁꽁 틀어막았다. 여기에 FA컵에서 폭발한 득점력이 이어지면 제주와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7라운드 포항전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승수를 쌓지 못한 전남에겐 승점 3점이 귀하다. 제주전은 전남의 중위권 도약에 발판이 될 기회다.


인천도 11일 FA컵 32강전에서 청주시티FC를 1대0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아쉬운대로 몸보신이 됐다. 청주시티는 올해 창단된 K3(4부 리그) 소속 팀. 신출내기를 상대로 1골밖에 넣지 못했다는 점은 미흡하게 느껴지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어쨌든 이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금 인천에게 가장 필요한 건, '승리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젠 K리그 클래식에서도 첫 승을 올려야 할 때다. 4무5패(승점 4)로 아직까지 클래식 유일의 무승팀이다. 지난해에는 9번째 도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올해는 더 늦어졌다. 15일 상주 상무를 상대로 10번째 도전에 나선다. 상주가 깜짝 활약으로 클래식 중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11일 FA컵에서는 단국대에 덜미를 잡히며 굴욕적인 탈락을 맛봤다. 인천에겐 호재다. 하지만 상주의 안방에서 치러진다는 점이 인천에겐 부담이다. 상주는 이번 시즌 홈경기에 유독 강하다. 2승2무로 무패행진 중이다.

인천이 상주를 제물 삼아 무승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클래식 12개 팀이 차례로 맞붙는 11번의 매치업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더는 늦장 부릴 시간이 없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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