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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단주가 던진 '10억 빚 대전'의 씁쓸한 뒷맛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6-05-11 21:39


지난 3월19일 성남과 수원FC의 '깃발대전'을 앞두고 염태영 수원FC구단주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재명 구단주(오른쪽).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성남FC 이재명 구단주가 '던졌다.' FC서울을 겨냥했다. '10억원 빚 탕감 대전'을 하자고 했다.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두팀은 14일 맞붙는다.

제목은 '한판 뜹시다. FC서울에 10억 대전 또는 빌리언대전 제안'이다. '성남이 질 경우 장기연체 채무자 빚 10억원을 매입해 탕감하겠다. FC서울이 지면 장기연체 채무자 빚 5억원을 책임져 달라. 나머지 5억원은 승리기념으로 성남에서 책임지겠다'는 게 내용이다.

먼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일정 기간 이상 갚지 못하는 악성·장기연체자의 채권을 대부업체에 넘긴다. 손실처리를 통해 헐값에 판다. 보통 원금의 1~10% 수준이라고 한다.

성남시는 이 사실에 주목했다.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년 이상 연체된 채권을 원금의 1%로 구매, 채무자를 구제해주는 운동이다.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같은 목적으로 '주빌리은행'을 출범시켰다. 지난해다. 이 구단주는 공동은행장으로 참여했다.

즉, 빚 10억원 매입에 들어가는 실제 금액은 1000만원이다. 성남이 지면 채권 1000만원 어치를 사겠다는 것이다. 서울이 지면 500만원씩 구매하자는 것이다.

네티즌 반응이 뜨겁다.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쪽, '축구를 정치에 그만 이용하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구단 측에서는 "K리그가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팬들에게 좀 더 흥미로운 볼 거리를 주어야 한다"며 "기부에 동참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축구판의 '이슈 메이커'다운 발상이다. 근데 조금 씁쓸한 맛이 남는다.

흥미를 끌 이벤트, 좋다. 기부활동 동참, 좋다. 모든 구단이 귀담아 들을 말이다.


그런데 이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던지기' 전에 FC서울과 상의를 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스포츠판은 정치판과 달라야 한다. 적어도 '동업자' 정신이 있어야 한다. '같이 이런 대전을 펼치기로 했다.' 이게 스포츠판에 어울리는 멘트가 아닐까 싶다.

같은 맥락이다. '패배가 두려워 사양한다면 채권 5억원 매입금 500만원은 서울 원정 팬 입장료에서 조달하겠다. 긍정적 답변을 기다리겠다.' 이 말은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무슨 '황야의 결투'도 아니고.

'정치' 냄새가 안 풍기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구단주를 정치인으로 보는 시각에 '진심'이 왜곡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 구단주는 축구와 정치를 많이 연관시킨다.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지 마라'는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겠다. 스포츠는 스포츠여야 한다.

그래서 조금 씁쓸한 맛이 남는다.

단, 박수를 칠 건 쳐야겠다. '기부' 활동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수원FC와의 '깃발대전'도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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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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