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간 극장' 바디가 밝힌 레스터 '우승 비결'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5-10 18:21


ⓒAFPBBNews = News1

한편의 영화였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레스터시티가 보여준 모습이다. 지난 시즌 14위에 머물렀던 약체 레스터시티는 올 시즌 EPL 우승을 확정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중심에 제이미 바디(29)가 있다. 바디는 이번 시즌 리그 35경기에 나서 24골을 몰아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슈퍼스타로 우뚝 선 바디의 인생. 참 극적이다. 그는 8부 리그 선수였다.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2007년에는 청각장애 친구를 괴롭히는 무리와 싸워 보호관찰처분을 받고 6개월 간 전자발찌를 차기도 했다. 지금은 EPL 최고의 별이다.

당초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레스터시티는 선수층이 얇기에 언젠가는 미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바디에 대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레스터시티도, 바디도 결코 넘어지지 않았다. 큰 위기도 없었다. 분명 선수층은 얇다. 하지만 신기하리만큼 선수들은 매 경기 쌩쌩했다. 마치 분신을 출전시킨 것처럼….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해답은 바디 입에서 나왔다. 레스터시티가 리그 막판까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 '휴식'이었다. 휴식의 중요성은 프로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승 비결이 휴식이라니. 그 얼마나 특별했길래.

바디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리그 휴식기 동안 우리는 두바이로 갔다"고 말했다. 휴식기라고 해봐야 고작 1주일여다. 프리미어리그의 겨울 일정은 그 어떤 리그보다 치열하다.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모든 팀이 훈련을 병행한다. 그런데 레스터시티는 정반대였다. 바디는 "그곳에서 우리는 오로지 휴식만 취했다"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생각이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레스터시티가 찾은 두바이에는 함께 온 손님이 있었다. 선덜랜드였다. 바디는 "그곳에 선덜랜드 선수단도 있었다. 우리는 환상적인 날씨 속에서 7일 동안 푹 쉬었다. 햇볕을 쬐고 산책을 하며 회복에 집중했다. 하지만 선덜랜드 선수들은 계속 훈련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휴식을 취하니 왠지 모르게 여유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재충전.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레스터시티는 2월 3일 열린 리버풀과의 EPL 24라운드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2골 모두 바디가 터뜨렸다. 이어진 맨시티와의 25라운드에서도 3대1로 승리했다. 바디는 "엄청난 순간이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지 몰랐다"며 "완전히 회복한 뒤 강팀들에 2연승을 거둔 것이 올 시즌 우승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