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축구인 골프대회, 승점보다 귀한 화합을 얻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5-09 20:17


9일 경기도 용인 골드 CC에서 스포츠동아, 스포츠경향,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공동 주최하는 '2016년 축구인 골프대회'가 열렸다.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하여 K리그 클래식 감독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차범근 전 감독, 황선홍 전 감독, 조성환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최용수 FC서울 감독.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팀 FC서울, 그리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후원하는 축구인 골프대회는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였던 축구인들이 이날 만큼은 승부를 잊고 필드에서 따뜻한 동료애를 나누는 화합과 우정의 한마당이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 2016.05.09.

"축구인들은 잔디를 밟으면 흥분하기 마련이지."(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그라운드를 잠시 떠난 축구인들이 필드에서 모였다. 승점이 걸린 경기가 아닌데도 저절로 샘솟는 승부욕. "축구인들을 위한 화합의 자리"라며 여유롭게 웃다가도 티샷 순간엔 무섭게 집중한다. 결정적 찬스를 낚아챈 스트라이커의 날카로운 슈팅을 꼭 닮은 샷이다. 축구인들이 골프에도 남다른 감각을 발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축구인 골프대회가 9일 경기도 용인 골드CC에서 열렸다. 스포츠조선,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주최하는 이날 대회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최용수 FC서울 감독, 서정원 수원 감독, 황선홍 전 포항 감독,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축구인 76명이 참가했다. 5월의 봄 햇살과 청량한 바람이 축구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랜만에 골프 클럽을 잡았다. 올해 필드 나들이는 처음이다. 다리 부상으로 약간 불편한 몸이지만 "축구가 아니니 괜찮다"며 유쾌하게 드라이버를 잡았다. 하지만 이날의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쉽지 않으냐고 물으니 "연습을 안 하고서 좋은 성과를 바라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선수들을 대하듯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게 원칙을 지킨다.


9일 경기도 용인 골드 CC에서 스포츠동아, 스포츠경향,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공동 주최하는 '2016년 축구인 골프대회'가 열렸다.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차범근 전 감독(오른쪽)이 장난을 치며 필드를 걷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팀 FC서울, 그리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후원하는 축구인 골프대회는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였던 축구인들이 이날 만큼은 승부를 잊고 필드에서 따뜻한 동료애를 나누는 화합과 우정의 한마당이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 2016.05.09.
차범근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도 18홀 내내 카트를 타지 않았다. "운동을 하러 왔으니 운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차 부위원장의 골프 실력은 축구인들 사이에 이미 유명하다. 차 부위원장은 "축구인들이 골프를 잘 치는 건 하체가 좋기 때문이다. 골프의 릴리스 포인트나 집중력 포인트가 축구와 닮았다.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되는 스포츠라서, 골프를 할 때 축구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날카로운 분석도 들려준다. 차 부위원장은 내친 김에 우승까지 노렸다. 첫 대회 우승자가 최용수 감독이란 사실에 살짝 고무된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지난해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는 얘기에 "리우올림픽을 위해 신태용 감독에게 일부러 져줘야겠다"며 어른다운 양보심과 함께 흐뭇하게 웃었다.

'독수리'와 '황새'의 만남도 성사됐다. 최용수 감독과 황선홍 전 감독이 같은 조에서 축구가 아닌 골프로 맞섰다. 두 사람은 현역 시절 서로 달랐던 경기 스타일처럼 이날의 경기 운영도 달랐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미리 개인 라운드를 하면서 몸을 풀었다"고 했다. '완벽주의' 황 감독은 예습까지 철저한 학구파다. 반면 최용수 감독은 "승부의 세계가 지겹지 않냐"며 짐짓 여유롭다. K리그 클래식 1등팀 감독의 느긋함일까. 하지만 초반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한 조의 동료들은 "어제(8일) 대패의 후유증"이라며 짓궂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최용수 감독과 황선홍 감독이 9일 오후 용인골드CC에서 진행된 '2016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09.
필드에서도 축구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대화 주제다. 포항전에서 1대3으로 패하며 무패 행진을 마감한 최용수 감독 못지않게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인사는 바로 서정원 수원 감독이었다. 수원은 8일 전북전에서 신세계가 스로인 공격 중 고의로 경기를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퇴장당하는 악재를 겪으며 패하고 말았다. 서 감독은 "화가 안 풀린다. 울분이 쌓여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그런데 말과 달리 표정은 비교적 편안하다. 이날 파5 홀에서 '샷이글'을 잡았기 때문이다. 서 감독의 소식이 긴급 타전되자 축구인들은 "서 감독이 분풀이를 골프공에 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껄껄 웃었다. 내심 부러운 기색이다.

그라운드에서 하기 힘든 이야기도 필드에선 한결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다. 국제대회를 앞둔 대표팀 두 감독은 골프를 매개삼아 K리그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 감독들에게 선수 차출에 대한 협조와 선수들 컨디션 관리를 부탁했다. 신 감독은 "이미 올림픽 밑그림은 다 그렸다"며 "와일드카드 포함 두세 자리를 고민 중이다. 깜짝 발탁은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스페인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의 주력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소속인 만큼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최근 유럽파가 많이 뛰지 못해서 걱정은 되지만, 기성용과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고 하니 고무적이다"라고 전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파 선수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간스포츠 ,스포츠조선,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주최하는 2016 축구인 골프대회가 9일 경기도 용인 골드CC에서 열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티샷을 날리고있다.
2016.05.09. 용인 |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골프대회는 축구인들을 한마음으로 묶었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제언과 격려가 오갔다. 벌써부터 내년도 대회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차기 우승을 목표로 골프 실력을 갈고 닦겠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한다. 제주에서 올라온 조성환 제주 감독과 장석주 사장은 "제주가 우승한다면 다음 대회는 제주에서 개최하겠다"면서 "축구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더 자주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축구인 자선 골프대회의 우승은 서정원 감독이 차지했다. 서 감독은 82타를 적어냈지만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70.0타를 적어내 1위를 차지했다. 최강희 감독이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한타 뒤진 81타, 신페리오 환산은 70.2타였다. 3위는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70.6타). 이흥실 안산 감독은 9번홀(파4)에서 300m를 치는 괴력을 발휘하며 '롱기스트'에 등극했다. 김기동 올림픽대표팀 코치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메달리스트'의 주인공이 됐다. 70타로 2언더파를 기록했다. 정진혁 전주대 감독이 14번홀에서 볼을 홀의 70cm 거리에 붙이며 '니어리스트' 타이틀을 따냈다.


용인=김표향 박찬준 기자


수원 서정원 감독이 9일 오후 용인골드CC에서 진행된 '2016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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