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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들은 잔디를 밟으면 흥분하기 마련이지."(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슈틸리케 감독은 오랜만에 골프 클럽을 잡았다. 올해 필드 나들이는 처음이다. 다리 부상으로 약간 불편한 몸이지만 "축구가 아니니 괜찮다"며 유쾌하게 드라이버를 잡았다. 하지만 이날의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쉽지 않으냐고 물으니 "연습을 안 하고서 좋은 성과를 바라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선수들을 대하듯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게 원칙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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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하기 힘든 이야기도 필드에선 한결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다. 국제대회를 앞둔 대표팀 두 감독은 골프를 매개삼아 K리그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 감독들에게 선수 차출에 대한 협조와 선수들 컨디션 관리를 부탁했다. 신 감독은 "이미 올림픽 밑그림은 다 그렸다"며 "와일드카드 포함 두세 자리를 고민 중이다. 깜짝 발탁은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스페인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의 주력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소속인 만큼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최근 유럽파가 많이 뛰지 못해서 걱정은 되지만, 기성용과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고 하니 고무적이다"라고 전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파 선수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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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골프대회는 축구인들을 한마음으로 묶었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제언과 격려가 오갔다. 벌써부터 내년도 대회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차기 우승을 목표로 골프 실력을 갈고 닦겠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한다. 제주에서 올라온 조성환 제주 감독과 장석주 사장은 "제주가 우승한다면 다음 대회는 제주에서 개최하겠다"면서 "축구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더 자주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축구인 자선 골프대회의 우승은 서정원 감독이 차지했다. 서 감독은 82타를 적어냈지만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70.0타를 적어내 1위를 차지했다. 최강희 감독이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한타 뒤진 81타, 신페리오 환산은 70.2타였다. 3위는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70.6타). 이흥실 안산 감독은 9번홀(파4)에서 300m를 치는 괴력을 발휘하며 '롱기스트'에 등극했다. 김기동 올림픽대표팀 코치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메달리스트'의 주인공이 됐다. 70타로 2언더파를 기록했다. 정진혁 전주대 감독이 14번홀에서 볼을 홀의 70cm 거리에 붙이며 '니어리스트' 타이틀을 따냈다.
용인=김표향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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