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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오간 양동현 "사실 페널티킥 안차고 싶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5-08 16:47


"사실 페널티킥 안차고 싶었다."

8일 서울전에서 양동현(31·포항)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실축 후 만점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옥의 시작은 페널티킥이었다. 페널티킥은 절대적인 골찬스다. 페널티킥의 이론상 성공확률은 100%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 성공률은 70%에 불과하다. 심리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전반 13분 페널티킥 찬스를 잡은 양동현도 그랬다. 포항은 전반 13분 박선주가 박용우에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는 양동현. 헌데 양동현은 동료들로부터 볼을 받는 순간 불안함이 밀려왔다고 했다. 전날의 묘한 기분 때문이었다. 양동현은 "사실 전날 잠을 잘 못잤다. 묘하게 이날 페널티킥이 생길 것 같았다. 그런데 느낌이 묘하더라. 안찰까 싶었는데 선수들이 모두 나만 보더라. 그래서 찼는데 예상대로 못넣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부담감은 없었다. 물론 마음은 무거웠지만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양동현의 다짐은 천국으로 이어졌다. 전반 20분 이광혁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 틈바구니에서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양동현은 "빨리 골을 넣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다행히 빠른 시간에 골을 넣었고 팀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양동현은 32분 심동운의 결승골을 도우며 1골-1도움으로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포항은 대어 서울을 낚으며 3대1 승리를 거뒀다. 지난 제주전에 1대0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양동현은 제주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었다. 양동현은 달라진 모습을 마음가짐으로 설명했다. 양동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했다.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 등이 반복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양동현은 "사실 컨디션은 더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마음적으로는 점점 편해지고 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면서 그런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적응은 쉽지 않았다. 최진철 감독이 부임한 포항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선수 구성이나 전술 등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양동현은 "팀 뿐만 아니라 감독님, 선수들의 스타일까지 적응해야 했다. 지난 시즌과 비슷했다면 그를 감안하고 적응하면 되는데 완전히 다른 팀이 되면서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그래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고, 점점 스타일에 적응하다보니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전술적 변화도 양동현의 부활에 한 몫을 했다. 포항은 최근 3-4-3으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좌우 날개를 중앙쪽으로 집중하는 대신 윙백들에게 공격가담을 강조하며 크로스 횟수를 늘리고 있다. 타깃형 공격수 양동현이 뛸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양동현은 "근래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좌우 날개로 나서는 (이)광혁이와 (심)동운이랑 볼을 잡을때 움직임이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3-4-3이 되면서 오히려 유기적인 움직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라자르까지 득점에 성공하며 포항의 최전방은 경쟁체제를 갖췄다. 양동현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잘됐다며 반겼다. 양동현은 "프로에 있으며 느낀 것이지만 한자리를 한선수로 끌고가기는 쉽지 않다. 내가 나가면 내가 잘하고, 라자르가 나가면 라자르가 잘해서 이겨야 한다. 오히려 라자르가 골 넣어준만큼 자신감 붙어서 팀적으로, 개인적으로 도움될 것 같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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