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페널티킥 안차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부담감은 없었다. 물론 마음은 무거웠지만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양동현의 다짐은 천국으로 이어졌다. 전반 20분 이광혁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 틈바구니에서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양동현은 "빨리 골을 넣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다행히 빠른 시간에 골을 넣었고 팀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양동현은 32분 심동운의 결승골을 도우며 1골-1도움으로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포항은 대어 서울을 낚으며 3대1 승리를 거뒀다. 지난 제주전에 1대0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양동현은 제주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었다. 양동현은 달라진 모습을 마음가짐으로 설명했다. 양동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했다.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 등이 반복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양동현은 "사실 컨디션은 더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마음적으로는 점점 편해지고 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면서 그런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적응은 쉽지 않았다. 최진철 감독이 부임한 포항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선수 구성이나 전술 등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양동현은 "팀 뿐만 아니라 감독님, 선수들의 스타일까지 적응해야 했다. 지난 시즌과 비슷했다면 그를 감안하고 적응하면 되는데 완전히 다른 팀이 되면서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그래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고, 점점 스타일에 적응하다보니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라자르까지 득점에 성공하며 포항의 최전방은 경쟁체제를 갖췄다. 양동현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잘됐다며 반겼다. 양동현은 "프로에 있으며 느낀 것이지만 한자리를 한선수로 끌고가기는 쉽지 않다. 내가 나가면 내가 잘하고, 라자르가 나가면 라자르가 잘해서 이겨야 한다. 오히려 라자르가 골 넣어준만큼 자신감 붙어서 팀적으로, 개인적으로 도움될 것 같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